“한미, ‘핵공유’ 제도화∙한미훈련 내실화 해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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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응해 핵 공유를 제도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한국 내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12일 발표한 ‘2022년 새 정부에 제언하는 국가안보전략과 과제’ 보고서.

보고서는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하고 있어 북핵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의 유동성과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를 ‘결정적 수단’으로 삼아 내외부 위협으로부터의 체제 수호, 대북제재 해제 등 ‘결정적 이익’을 얻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위협에 대비해 한미 양국은 핵 공유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미 양자 또는 다자 형태로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설립해 미국의 한반도 관련 핵 정책과 전력태세 기획 과정에 한국이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핵 보장’을 위한 핵심의제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핵기획그룹(NPG)은 유럽과 북미 지역 30개국 간 정치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의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확장억제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입니다.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은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진단했습니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국제 비확산 체제를 크게 동요시키고 북한 비핵화 명분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또 한미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로 인한 연합 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며 한미 양국이 한미연합훈련의 추가 축소 또는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에 더해 대규모 연합 실병기동 훈련이 제한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합훈련의 형태를 다양화하고 빈도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연합 지휘소연습 참가 인원을 확대하고 방어와 반격 상황에서 지휘관과 참모 활동 절차를 숙달하도록 연합 지휘소연습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미는 북한의 핵실험 대응 과정에서 연합연습에 ‘참수작전’, ‘선제타격’ 등이 포함된 것처럼 노출해 북한을 자극한 바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남북이 서로 훈련계획을 통보하고 참관을 허용하는 군사적 신뢰구축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2018년 미북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지난 2019년부터 전∙후반기 연합 지휘소연습 등 규모를 줄인 새로운 훈련으로 대체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 상황 속에서 북핵 문제 관련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북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는 지난 5일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최한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그동안 미중 간 협력 대상이었던 북핵 문제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자력갱생과 핵무력 강화 등 생존 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어 북핵 문제의 극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는 항상 전제하면서도 압박 수단을 상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지난 5일 한국지방자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 당분간 북한과는 대항성을 인정한 공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고 장기적 위기 관리가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대화는 항상 전제하면서도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압박 수단도 동시에 상비하는 노력을 차기 5년은 같이 기울여야 되는 상황입니다.

김흥규 교수는 그러면서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북한에 명백히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