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피해자 아내, 52년 기다림 끝 숨져

KAL기 납북피해자 송환을 촉구하는 황인철(가운데)씨
KAL기 납북피해자 송환을 촉구하는 황인철(가운데)씨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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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969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 사건 피해자인 황원 씨의 아내 양석례 여사가 향년 84세로 별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69년 12월 11일 강릉에서 출발해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KAL)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납치돼 북한으로 간 이른바 ‘KAL기 납북사건’.

당시 납북돼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한 황원 씨의 아내 양석례 여사가 지난 20일 향년 84세로 별세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남편을 반세기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재회하지 못한 것입니다.

양 여사의 발인이 진행된 22일, 황 씨와 양 여사의 아들이자 ‘1969년 KAL기 납치 피해가족회’ 대표인 황인철 씨는 “한국 정부가 즉시 북한 당국에 피해자들의 송환을 요구해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피해자들을 한국 국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 같은 국민으로서 형평성 있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통탄스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평생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52년을 살아오셨고,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저는 사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죠.

유족은 양 여사 부고 안내에 황원 씨를 배우자 상주로 기재했습니다.

북한은 납북사건 발생 이듬해인 1970년 2월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50명 가운데 39명을 한국으로 송환했지만, MBC 방송국 PD였던 황원 씨를 포함한 승객 7명과 승무원 4명 등 모두 11명을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황 씨의 아들 황인철 대표는 그동안 방북 신청과 유엔 진정, 기자회견, 국제회의 참석, 국제 온라인 서명운동 등 활발한 구명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납북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하지 않아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각하되자, 6월에는 각하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납북피해자 사건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통일이나 평화를 논의하는 것이 과연 한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겠느냐”며 다음 달부터 피해자 송환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