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전매체 대권주자 비난...통일부 “남북관계 도움 안돼”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북한 간첩에 의한 고 이한영씨 테러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인정과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북한 간첩에 의한 고 이한영씨 테러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인정과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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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2일 한국 여당과 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를 ‘술’에 비유해 폄훼하는 글을 게시한 북한 선전매체.

이에 그치지 않고 23일에도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한국 여당과 야당 후보들의 이력과 인상, 대북정책 등을 트집 잡으며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북측의 이 같은 조롱과 비난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1991년 기본합의서를 비롯해 여러 합의를 통해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 등을 약속했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 같은 합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언행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이나 언급에 일일이 대응 혹은 논평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당국자가 직접 대응하는 대신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대변인을 통해 북측의 이 같은 비난이 “선을 넘는 막말”이라며 유감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97년 북한 공작원에게 피살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고 이한영 씨 유가족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해당 사건의 진실 규명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유가족을 돕는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22일 오후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 규명 신청서를 냈다”면서 “진실 규명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 북한의 사과, 국가의 보상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고 이한영 씨는 지난 1982년 한국에 귀순해 정착했지만,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망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2월 남파된 북한 공작원이 쏜 총에 맞아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이 씨의 아내는 2002년 국가가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대법원은 2008년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씨의 유가족은 이번에 제출한 진실 규명 신청서에서 “재판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가적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 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도희윤 대표는 이번 진실 규명 신청이 북한에 가해 책임을 명확하게 묻겠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저희가 유가족을 대신해서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북한에 의한 테러 가해 책임을 명확하게 묻기 위해서입니다. 가해 책임을 명확히 해서 사과 및 재발 방지, 또 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도 전날 도희윤 대표와 함께 한국 국회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번 진실 규명 요구가 북한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