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핵 잠재력 강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보유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빠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이른바 핵 잠재력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한국이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 29일 세종연구소가 발행한 전문 학술지 국가전략에서 ‘동아시아 비핵국가들의 플랜 B: 핵 잠재력 확보를 통한 잠재적ㆍ보험적 억제력 구축’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조 선임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그동안 한국 내 논의가 핵 전력을 통한 억제냐, 아니면 재래식 전력을 통한 억제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 잠재력은 기존 두 가지 틀에서 벗어난 제3의 억제전략”이라며 “이는 유사시 적의 공격에 대한 응징적인 억제력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논의들을 쭉 살펴보다보니 핵 기반의 억제 아니면 재래식 기반의 억제라는 두 가지로 좀 이분법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핵우산을 공고화하는 노력을 함께 하면서 동시에 독자적으로 한국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관계도 모색해나가야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조 선임연구원은 핵 잠재력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일본이 언제든지 핵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은 적국의 공격 비용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나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본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역할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무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핵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지난 2020년 말 기준 국내외에 총 46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약 6천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조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높은 핵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나 대만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핵무장 가능성이 낮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은 데에는 일본의 외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태우 건양대학교 교수는 “일본이 핵 무장에 나서면 수 년 안에 중국의 핵 능력을 능가할 것”이라며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활동을 허용하면서 한국에게는 차별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미국이 계속해서 핵 반확산 정책을 고수할 경우 동북아 지형은 중국 쪽으로 기울게 되어있다”며 “향후 미국이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태우 건양대학교 교수: 미국이 지금까지 했던 핵 반확산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동북아 전체 전략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미국도 조만간 그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어요 한국은 그 정책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해서 핵 잠재력을 키워야 합니다.
김 교수는 한국이 핵 잠재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핵 개발 움직임에 나서면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며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경계했습니다.
한국은 첨단 미사일, 고체연료 기술 등을 갖춰 핵무기를 탑재하여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나 무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를 위한 전용시설은 없습니다.
지난 1974년 발효, 2015년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농축할 수 있으며 군사적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68년 체결, 1988년 개정된 미일 원자력 협정을 통해 자국 내에 재처리 시설, 플루토늄 전환 시설 등을 두고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은 상태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