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탈북민들이 한국 민주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오는 10일 공개됩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의 한국 국회의원부터 인권단체 활동가, 농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탈북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강원도의 한 생태마을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50대 탈북민 남성 주창덕 씨.
어렵지 않게 트랙터를 몰며 밭일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북한에서도 농사를 지었던 주 씨는 당시 배운 친환경 농사법을 활용해 자신이 속한 회사의 매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주 씨지만 정착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북한과는 크게 다른 한국의 민주주의 사회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1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지성호 의원.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이른바 꽃제비 소년이었던 지 의원은 달리는 기차 위에서 떨어져 왼쪽 손과 다리를 잃었고, 목발을 짚은 채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왔습니다.
이후 국회의원 당선 전까지 남과 북, 해외교포 청년들이 함께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만든 단체인 나우(NAUH)의 대표를 역임하는 등 북한 내 인권활동에 매진해왔습니다.
주창덕 씨와 지성호 의원은 모두 북한발전연구원(NKDI)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도어(The Door): 탈북민의 남한 민주주의 정착기’의 등장인물들입니다.
한국 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해가는 탈북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통일 시대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국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적응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탈북민들이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체험하고 수용하며, 더 나아가 문화로서 내면화하는 과정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말입니다.
경덕현 북한발전연구원 팀장: 지금 한국에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청하실 분들, 해외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 해외에서 북한 인권과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이 현재 한국에서 탈북민들이 어떻게 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해서 살고 있고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입니다.
지난 4월부터 반년여에 걸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는 탈북민들이 처음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과정을 담은 ‘충격’, 한국 사회에 적응한 뒤의 ‘일상’, 한국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참여’, 그리고 출연자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희망’ 등 모두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참여’ 편에서는 국회의원과 농업 종사자, 북한 인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북한 민주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는 설명입니다.
경덕현 북한발전연구원 팀장: 북한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현실을 삶의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의식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떻게 수용하게 됐는지 그리고 향후 한국 사회 적응을 넘어 통일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고민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북한발전연구원은 세계 인권의 날인 오는 10일 저녁 7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극장 ‘메가박스 이수점 4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를 개최합니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상영을 비롯해 지성호 의원과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 ‘청년토크쇼’를 제작하고 있는 탈북 청년들이 탈북민의 민주주의 적응기와 미래시대·통일시대의 민주주의를 논의하는 토크쇼도 열립니다.
또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탈북민들이 현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대화 시간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사단법인 북한발전연구원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실천 환경 조성을 위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최신 북한정보 생산 및 제공,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돼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