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서해에 떠내려온 북한 쓰레기를 수거 및 분석해 책을 펴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에 다양한 제품과 상표가 많다면서 이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난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최근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브랜드와 디자인으로 북한읽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강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약 1년동안 한국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 등 서해5도에 떠내려 온 북한 쓰레기를 수거해 이를 분석, 현재 북한 내 상황을 간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강 교수가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를 다니며 수거한 북한 쓰레기, 즉 제품 포장지는 당과류, 제빵류, 음료류, 유제품, 식품류, 양념류, 주류와 담배, 의약품류, 잡화류 등 모두 708종, 1414점입니다.
강 교수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쓰레기를 통해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강 교수는 북한에 다양한 상표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자본주의 방식이 제한적으로 이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북한의 각 기업소가 처해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강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국가가 원료를 분배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자체적으로 알아서 제품을 생산해 팔아서 그걸로 공장을 운영하든 먹고 살든 하라는 것입니다. 자율책임제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다보니 각 기업소마다 만들어내는 상품의 브랜드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고 각각의 고유한 상표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에 다양한 상표가 생긴 것에 대해 강 교수는 북한의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각 기업소가 생존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교수는 특정 기관이나 기업소가 업종과 관련이 없는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제분야에 대한 북한의 중앙 통제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연합기업소라는 개념에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전혀 엉뚱한 개별 기업소에서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 그러니까 에스키모 만드는 공장 중 하나가 '북청대흥탄광' 입니다. 북한의 중앙통제 이런 부분들이 경제적으론 약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강 교수는 북한에 원료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수거한 북한 쓰레기를 통해 확인한 북한의 단물 생산 공장은 모두 30여 곳인데 이 공장들은 단물의 원료로 설탕 대신 ‘8월풀당’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강 교수는 “설탕 등의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8월풀당’이라는 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매체는 지난 4일 8월풀 가공공장을 소개하며 “단맛도가 높고 당 함량이 낮은 8월풀당과 당액을 원만히 생산 보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에 ‘맛내기’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에도 주목하며 이는 원료 부족으로 인해 화학 조미료 생산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멸치 같은 원재료가 부족해 국물 등의 맛을 화학조미료로 내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상당수 제품들이 한국 제품의 포장지와 비슷한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라선령선종합가공공장의 ‘소고기맛 즉석국수’인데 이 제품의 경우 한국의 유명 라면 제품 중 하나인 ‘신라면’의 포장 색상과 디자인이 유사합니다.
북한이 한국 제품의 포장지를 모방하는 이유에 대해 강 교수는 북한 장마당에 퍼진 한국 문화의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전부터 장마당에 한국산 제품들이 펴져 있어 북한 주민들은 이에 익숙하다”며 “북한 당국이 한류 확산을 차단하고 있지만 북한의 각 기업소가 한국산 제품을 모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교수는 서해에서 수거한 북한 제품들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들 조차도 서해에서 발견된 포장지들을 처음 봤다는 증언이 많기 때문입니다.
강 교수는 “서해에서 발견된 일부 제품들의 경우 지방까지 유통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지역의 기업소가 자체 생산한 것들”이라며 “이는 양극단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