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가 국회에 나와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한 총리는 당시 국무위원 모두가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며, 이를 막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12월 3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저녁 대통령실 도착 이후 관련 계획을 알게 됐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막지 못했다”며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하게 생각하며 많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일 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전원 반대하고 걱정하는 입장이었다”고 답변했습니다.
[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총리님, 12월 3일 비상계엄 사전에 인지 하셨습니까?)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들 중에 찬성하신 분이 있습니까?) 전원, 다 반대하고 걱정했습니다.
반대 사유에 대해선 “한국의 경제와 신인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달했다”며 당시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를 개최한 것은 “계엄의 절차적인 흠결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의견과 걱정을 제시함으로써 계엄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본인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소환 통보를 받은 데 대해선 “수사기관과 협의해 충실하게 조사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하기 직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했지만 끝내 막지 못한 것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한국은 전에 없던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현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을 포함한 내각은 이 목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본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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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한국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연구기관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Michael Madden) 연구원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한국 비상계엄 사태가 역내에 불러 일으킬 파장을 주제로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북한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증폭시켰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몇 안 되는 동맹국인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와 함께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북한이 이에 대응해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든 연구원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시리아 정권 붕괴와 결합해 북한에 이중으로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했다”며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로 하여금 정권의 메시지를 다시 조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비상계엄 사태와 시리아 정권 붕괴가 각각 북한에는 전략적인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특히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이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한동안 침묵을 지킨 것도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사태에 조심스럽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매우 특별한 환경에 처했다”며, 북한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를 설득함으로써 기술 교류와 방위산업 협력에 속도를 내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 혁신과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올 연말 열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의제 초점을 국가 안보에 집중시키려는 움직임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