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탈북민 “북 무상치료제도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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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무상치료제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탈북민으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무상치료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무상치료제는 국가의 부담으로 주민들에게 의료상 혜택을 주는 제도로 북한은 지난 1947년 노동자, 사무원, 부양가족 등을 대상으로 무상치료제를 실시했으며 1953년 전반적 무상치료제 시행을 선포했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로 일했던 탈북민 김성희 씨는 14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의 사회불평등과 인권 증진 방안’ 샤이오포럼에서 “북한이 아직 무상치료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진단은 (병원에서) 무료로 받더라도 약은 대부분 장마당에서 개인이 부담해 사고 있다”며 “수술환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김성희 씨: 아직까지 무상치료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진단은 무료로 받지만 그외 약은 장마당에서 사오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수술 환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술에 필요한 각종 재료는 의사가 적어주면 다 (개인 부담으로) 사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취제까지도 사오고 있습니다.

김 씨는 무상치료제의 체계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한층 무너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사에게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현상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로 짙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고난의 행군 전까지는 그나마 매월 1회씩 약품공급이 잘 됐는데 고난의 행군 이후 공급되는 약품의 종류와 양이 줄어들었다”고 밝혔고 “약품관리소에서 간부 등 권력자들이 약품을 빼내가는 일들이 이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현재 주민들이 약품을 구입하기 가장 좋은 곳은 장마당”이라며 “개인의 약품 판매를 국가가 통제하려고 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김성희 씨: 장마당에는 없는 약이 없습니다. 심지어 모르핀까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개인 약국들을 국가가 통제하고는 있지만 해결책은 없습니다. 단속에 걸리면 뇌물을 조금씩 주고 또다시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나마 장마당이라도 있으니 약을 쓰고 산다는 말을 합니다.

김 씨는 또 북한의 의료 상황이 열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기기가 부족하고 수술실도 전기가 부족한 상태”라며 “수술 도구와 수술용 장갑이 부족해 맨손으로 환자를 수술한 때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수술실 설비가 좋았다면 치료받을 수 있었을 주민들이 방치된 채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울먹였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현실이 너무 다르다”며 “앞으로 모든 북한 주민들의 이익과 인권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김성희 씨: 무뇌아라든가 토순, 구개파열 같은 것은 능히 설비가 좋거나 하면 치료해서 보호할 수 있는데 그런 장치가 없다보니 방치되고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한반도의 두 현실을 보면서 앞으로 의사와 환자의 모든 이익과 인권이 보장되는 북한으로 발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상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부소장은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약품 거래와 이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김 씨의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박 부소장은 탈북민 대상 조사를 통해 “장마당과 개인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비율이 2011년 70%에서 2019년 90%로 증가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부소장은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북한 사회에 건강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표현의 자유가 없어 자기 인식하는 정도가 낮고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7월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유엔에 처음으로 제출했습니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자국의 의료체계 상황과 관련해 “부족한 인력, 낮은 제약기술 기반과 의료용품 공장, 필수 의약품의 부족이 도전으로 남아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일부 의약품과 왁찐 생산시설이 세계보건기구 기준과 국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왁찐은 대부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