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발언, 역내 안보상황 변화에 적응 촉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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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미가 새 작전계획에 북한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대응 방안도 담아야 한다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미국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5일 한 인터뷰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새 작전계획에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대응 방안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한국 국방부는 27일 이와 관련해 “매우 의외”라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을 국방부가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둔 시점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이같이 발언한 의도를 알 수 없다며, 한미가 이번에 승인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 한반도의 전략 환경 변화를 한미가 공동으로 인식하여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에 합의했습니다. 한미가 승인한 전략기획지침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앞서 한미 국방부 장관은 연례 SCM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새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이 변화하고 있는 역내 안보환경에 적응할 필요성을 느낀 미국 측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현재 미국이 인식하고 있는 가장 큰 안보 위협의 대상은 중국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구로 삼아 그에 대비하겠다는 태도를 꾸준히 보여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기존 작전계획에 포함된 대중국 관련 내용을 발전시키고 싶어하지만 한국 정부와의 논의가 원활히 진전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한국 국방부 측의 발언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해당 사안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방어는 책임을 지되 중국에 대한 대응은 다른 국가들과 별도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현재까지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가 우선이었는데 중국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도 바뀌는 것이고, 동맹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한국 측이 계속 논의를 거부하면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개인적으로 응한 인터뷰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에 대한 미국 측의 고민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중국과 이웃한 한국으로서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군사 분야 제안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은 분명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함께 냈는데도 국방부가 중국 관련 발언에 집중해 입장을 낸 것에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한국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을 두고 마치 한미동맹에 중국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반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특히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조건 가운데 하나로 “한국이 전략 타격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전직 사령관으로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0월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든 안 하든 북한의 위협은 그대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종전선언이 매우 복잡한 문제인 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한미동맹의 책임이 한국과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