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가족 2세, 이산가족상봉에 거부감”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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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있는 일부 이산가족 2세들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이산가족 자녀들은 출신 성분이 최하위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바라보는 북한주민들의 시선은 남한 주민들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남조선에 이산가족을 두고 있는 당사자는 물론 그 자녀들까지 우리 내부에서는 토대가 최하위 계층인 적대계층으로 분류되어 있다”면서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당국의 극심한 감시와 통제를 불러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도 별 생각없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관심을 보였다가는 자칫 보위부에 연행되어 행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겉으로는 인도적 행사라고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아주 민감한 정치적 행사로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내부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 1세대는 남쪽에 있는 형제나 자식을 만나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지만 그 자녀들은 대개가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려면 옷가지 등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집단 교육에 소집되어 강도 높은 사상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상봉이 끝난 후 상봉행사에서 한 모든 언행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작은 문제라도 발견되면 사상비판을 하거나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산가족 2세나 친인척이 상봉행사에 참가하고 나면 이웃들이나 주변에 자신이 적대계층에 속하는 월남자 가족 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결과가 되어 이웃들의 경계심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 출신 탈북자 이 모씨는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모두가 남한에서 강력하게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지 북측이 원해서 이루어진 것은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정치행사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이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남한 당국으로부터 대규모 경협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주민들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남한으로부터 경제원조를 받아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남한에 8촌 이내의 친인척이 있거나 일본이나 중국에 6촌 이내의 친인척이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노동당 입당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