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육·공연계 북한 인사들의 방남이 올해 상반기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마술, 영화 등 일반사회문화와 관련된 한국측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체육과 관련된 남북교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북한 당국자들을 제외하고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인사들은 체육·공연 분야의 종사자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일반사회문화 행사의 참석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15일 막을 내린 ‘부산세계마술챔피언십’에 불참했고 현재 진행 중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아직 참가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에 부담이 적은 분야의 행사에만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체육과 공연 분야의 행사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체육분야의 경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이 국제대회에 참석하면 북한 체제를 대외에 선전할 수 있어 북한의 호응도가 높다는 겁니다. 이를 내부 결속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대중체육활동을 활발히 벌리고 우리식의 체육기술과 경기전법을 창조해야 한다”며 체육 분야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 북한은 정책적으로 국제 체육행사에 관련 인사들을 활발하게 참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체제를 지탱하거나 내부 주민들의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현재로서는 체육 관련 분야에 특히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마술이나 영화 등의 행사는 북한으로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은 그동안 체육과 음악, 공연 등의 분야에서 문명국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해왔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는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분야에서만 적극성을 보인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마술, 영화 등과 관련된 행사가 북한에서 개최되면 체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교류에는 일체 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북한은 마술 분야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바가 없습니다. 또한 주고받는 차원의 남북교류를 생각해 볼 때 북한이 한국의 영화제 초청에 응한다면 향후 북한에서 한국영화와 관련된 행사도 개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는 북한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이런 부분까지 남북 관계가 급진전 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대화 국면에서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남북교류 분야에서 취사선택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15일 막을 내린 ‘부산세계마술챔피언십’에 북한 선수들을 초청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답하지 않고 불참했습니다. 마술챔피언십 측은 북한 선수들이 뒤늦게 참여할 경우 이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도 해놨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평양 통일농구대회를 계기로 방북한 한국 정부의 당국자가 북한 마술사의 방남을 두차례에 걸쳐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북한은 ‘상황을 보자’, ‘이번엔 농구 이야기만 하자’며 체육 관련 협의만 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북한 영화인을 초청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응답은 아직 없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은 “올해 초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에 작품 상영 허가를 요청하고 북한의 감독, 배우 등에게 초청장을 전달했다”며 “폐막일인 22일까지 북한의 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북한 영화 9편이 상영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