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당국이 장맛비에 오손된 김부자 초상화를 새로 교체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민들은 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보다 수령 일가의 우상화 작업을 우선하는 당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1일 북한매체들은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평안남북도를 비롯한 서해안의 넓은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장맛비가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면서 주민들의 재산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북한당국은 빗물에 젖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교체 사업을 먼저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8일 폭우로 인한 피해는 없었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해마다7월 장마철에 지방에는 한 시간만 소낙비가 내려도 상하수도가 불비 해 도로와 살림집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다”며 “올해도 평성과 순천에서는 지대가 낮은 지역에 있는 단층집들이 물에 잠겨 주민들의 재산피해가 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당 조직(위원회)에서는 주민들의 재산피해 실태부터 살피는 게 아니라 세대마다 걸려있는 김부자 초상화의 오염상태 조사에 나섰다”며 “초상화 오염상태 조사 직후 시당 선전부가 주관해서 초상화 교체 사업에 착수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초상화 교체도 중요하지만 큰물 피해로 파손된 주민들의 집을 수리하고 수재민들의 숙식을 긴급히 보장해주는 것이 나라가 신경을 써줘야 할 일 아니겠냐”면서 “말로는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식 사회주의 운운하면서도 당국이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해까지는 큰물이나 화재로 가정집에 걸려있는 초상화가 오손되면 충성심이 부족해 초상화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자기비판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초상화 교체가 가능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의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시당위원회에서 자기 비판서 없이 오손된 초상화를 교체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김일성시대에는 가정집의 초상화가 오손되면 교체신청은 생각도 못하고 초상화가 오손된 것이 발각될 경우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나라에서 식량배급도 못 주고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자 자기 비판서만으로 초상화를 교체해줬는데 올해는 자기비판서마저 없어진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북미수뇌회담 이후 주민들은 유엔 경제제재가 곧 풀리고 인민생활이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아직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아 원수님(김정은)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이처럼 민심이 악화되었는데도 당에서는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초상화 교체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