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연이은 행사로 심각한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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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평양시민들이 북한정권수립일 기념행사(9.9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앙에서 행사를 치르고 나서 강도 높은 총화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대규모집단체조 ‘신아리랑축전’공연을 두고도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양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지난 9.9절 행사를 치르느라 피곤에 지친 평양주민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주민 상호간의 감정적 마찰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면서 “같은 평양주민이라도 행사의 어떤 부분에 동원 되느냐에 따라 노동의 강도와 사후 지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시의 각 기관과 공장 기업소, 학교에 소속된 모든 성원들은 9.9절 열병식과 연도환영, 중앙보고대회 등에 동원되어 각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하지만 열병식 때 연도 환영에 동원된 주민들은 행사용 소품과 의상, 식사 등을 모두개인부담으로 떠 안게 되어 행사지휘부(중앙당)를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현재 진행중인 집단체조에 동원된 학생들도 참가하는 분야가 중앙무대냐 배경무대냐에 따라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집단체조에 참가하는 학생의 가정사나 부모의 성분을 따져 직접 체조를 연기하는 중앙대와 주변대로 구분하는가 하면 아예 체조공연장에 나가지도 못하고 운동장 부근에서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평양 중구역의 한 학생은 아버지의 과오로 인해 집단체조에 참가하지못하고 다니던 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했다”면서 “학생소년궁전의 무용수였던 이 학생은 집단체조 주요 종목의 출연자로 선발될 예정이었는데 아버지의 과오가 밝혀져 완전히 제외되고 학교까지 떠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의 이 같은 차별로 인해 수 만명이 하나같이 움직여야 하는 집단체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가 학생들 속에서 끼리끼리 패를 짓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집단체조공연이 끝나면 각 단위 별로 강도 높은 총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총화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학생은 서로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12일 “집단체조 공연을 두고 평양 주민들 속에서 끼리끼리 패를 짓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당국에서 집단체조 공연을 계기로 모든 학생들을 부모의 성분과 직업,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구분해서 차별 대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9.9절 행사에 대한 주민총화를 하면서도 주민 각자의 열성과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지원금을 얼마나 많이 냈는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9.9절 열병식 행사준비로 지친 평양주민들은 집단체조 ‘신아리랑축전’ 공연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중앙에서는 정치행사라는 명목으로 주민을 강제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강도 높은 사후 총화까지 들고 나와 주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