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추석명절 맞아 벌초대행업 인기

추석을 앞둔 10일 마을 주민들이 공동묘지에서 벌초를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10일 마을 주민들이 공동묘지에서 벌초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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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에도 남한처럼 추석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대행해주고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1일 “요즘 추석명절을 맞으며 지방도시에서는 벌초를 대행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지난해 추석만 해도 벌초 대행은 몇몇 돈주들이 길거리 일공들을 찾아가 노임을 주면서 부탁하는 정도였는데 올해부터는 일공들이 전문 벌초공 모임을 만들어 돈주나 간부들의 조상묘의 벌초를 전문으로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평성에서 평원으로 넘어가는 오리동 고개에는 남성들이 ‘벌초를 해줍니다’는 글귀를 써 붙인 팻말을 광고처럼 들고 서있는데 이들이 바로 전문 벌초공”이라면서 “이들은 벌초 주문을 받으면 거리에 상관없이 해당 산소를 찾아 가 잡초를 제거하고 묘 주변 정리까지 말끔히 해주면서 돈주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장사를 하느라 바쁜 돈주들과 상인들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추석에 미리 벌초를 해놓을 수 있어 마음이 가볍고 일공들은 다른 일에 비해 수월하면서 벌이도 좋아 서로 만족해 한다”면서 “벌초 비용은 최소 내화 1만원에서 묘지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최고 1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몇 년 전만 해도 한식(4월 6일)이나 추석날이 다가오면 잘사는 상인들이 가까운 동네사람에게 벌초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벌초비용을 돈으로 지불하기 보다는 추석날 산소에 함께 올라가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정도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우리나라는 장마당 경제(시장경제)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부자지간이라도 무슨 일을 시키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당국에서는 시장경제 풍조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돕고 이끄는 집단주의정신을 구현해 나가자고 도덕교양사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사상교육으로 교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날이 갈수록 장사만이 살길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주민들의 머리에는 수령보다 조상을 잘 모셔야 돈 잘 버는 길운이 찾아온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다”면서 “이 때문에 추석날이 되면 가난한 주민들도 반드시 돈을 모아 제상을 차려놓고 돈 잘 벌고 자식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조상에게 기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