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기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12일 북한의 매체들을 인용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948년 제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김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이 주목됩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일성 국가주석의 경우 1948년 제1기 대의원에 당선된 이후 사망 전 제9기 대의원까지 역임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2년 황해북도 송림 선거구의 제7기 대의원에 당선된 이후 12기 대의원까지 역임했습니다. 사망 전까지 대의원 직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이른바 ‘정상국가’로 만들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서방 국가의 대통령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을 겸직하지 않는 것처럼 김 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입후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외적인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이 같은 ‘정상국가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부터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핵무력 완성 선언을 배경으로 미국, 한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대외 행보도 보이고 있습니다. 대외에 북한은 특수한 정치체제가 아니고 일반적인 국가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북한 정권 전반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입후보하지 않은 것은 자신감의 표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대내적인 권력이 안정됐다는 겁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등을 여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이 대외, 대내적으로 확고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굳이 선거구 대표 자리 하나 없어도 자신의 권력은 견고하다는 자신감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측근들이 새롭게 합류한 점도 주목됩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통해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새롭게 당선됐습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제13기 대의원에 이어 이번에도 대의원을 맡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창선 부장의 경우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핵심인사입니다.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은 대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실무자입니다. 이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에서 대의원으로 뽑힌 것은 노동당의 신임을 받는 핵심인사라는 의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에 새로 대의원에 합류한 인사들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 신뢰가 한층 더 높아지고 공고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김정은 2기’의 인선이 공식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북한의 변경된 정책을 뒷받침할 인사들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새롭게 합류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들을 중심으로 경제발전 정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