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주민생활총화 분위기 다잡으며 자력갱생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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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노이 미-북수뇌회담 결렬 후 3월 들어 북한주민들의 생활총화 분위기가 매우 살벌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활총화 시간에 분명한 자아비판을 할 것과 주민들의 자력갱생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 소식통은 “요즘 들어 생활총화 분위기가 전과 비교도 안될 만큼 긴장감이 흐르고 참석자들이 기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 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 사회분위기가 좋을 때는 자아비판이나 호상비판을 하면서도 건성건성 시늉만 내고 넘어갔는데 요즘엔 어림도 없다”면서 “총화시간도 평소 한 시간이면 끝나던 것이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자아비판을 적당히 하거나 형식적인 호상비판을 하면 당사자들을 비판대에 세워놓고 총화 참석자들이 집중적인 비판을 가하게 한다”면서 “동료나 이웃을 호되게 비판해야 하는 주민들도 비판을 받는 사람만큼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호상비판의 경우, 참석자들이 사전에 서로 말을 맞춰 적당한 수위로 비판하고 넘어가던 관행도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상호간에 호된 비판을 하는 바람에 평소 잘 지내던 주민들이 생활총화 후에 반목하거나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조미수뇌회담이 잘못 되었다는 숙덕거림이 주민들 속에서 확산되자 당국에서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다그쳐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장성택 처형 같은 큰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이런 식으로 주민생활총화를 통해 주민들의 입과 귀를 막으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생활총화 시간에 당국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면서 “이에 대해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앞으로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당국의 암시로 받아들이면서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96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북한의 생활총화는 각 직장과 인민반별로 10~15명 정도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전반적인 주민생활에 대해 비판, 평가하는 회의로 당 세포비서나 초급당 비서가 주관하게 됩니다. 매주 토요일에 실시하는 주 생활총화와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실시하는 월 생활총화, 분기와 연말에 각각 실시하는 분기 생활총화와 년 생활 총화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