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여러분 가정에서는 돌아가신 분들을 어떻게 모시고 계십니까? 북한에서는 요즘, 땅에 묻힌 유골을 꺼내 모두 화장하라는 당국의 지시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지난 5일 청명절을 맞아 북한 당국이 묘를 이장,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유골을 화장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10일,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있는 취재협력자들을 인용해 이 같은 지시에 대한 시행기간 마감이 1차는 4월 10일, 2차는 6월 10일까지라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농경지 확보’와 ‘산림 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화장터에서 화장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유골 1구당 미화로 50달러 정도.
이는 북한 일반 서민 가정의 한 달 수입보다 많은 금액으로, 주민들이 내는 돈은 고스란히 북한 당국의 금고로 흘러 들어갑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이시마루 대표: 한 사람에 하나씩 묘를 만들면 당연히 땅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계속 화장을 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왔지만 금방 (장례 문화가) 변하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번에 전면적으로 강제로 묘를 이장시키고 화장하라는 강한 조치를 내린 것 같은데, 화장 비용이 너무 비싸서 '당국이 돈벌이 하는 거 아닌가'라는 불만들이 많습니다.
화장을 하고 난 뒤 나오는 재는 한국의 납골당과 같은 ‘건물관리소’라는 곳에 보관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이용료가 1년에 30달러 정도여서 아예 강물에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정착한 탈북자 김 모씨는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장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묻혀 있는 조상을 건드렸다가는 자손이 큰 화를 입는다’는 미신이 깊게 자리잡고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할 거란 겁니다.
주민들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경제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조치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