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봄철 모내기를 앞두고 협동농장들에 '10일유치원'을 설치해 여성들이 농사에 동원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육아를 핑계로 여성들이 농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농촌에는 60년대부터 농번기에 1, 11일 장날 휴일기준으로 열흘 동안 농장원들의 어린 자녀들을 맡아 주는 ‘10일 유치원’이란 게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10일유치원’은 대부분 자금부족으로 폐쇄되거나 형식적인 간판만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중앙에서 각 협동농장들에 ‘10일유치원’을 적극 활용해 젊은 여성들을 농사에 총동원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농장들마다 ‘10일유치원’을 복구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지만 여전히 운영자금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15일 “요즘 평안북도 용천군 협동농장에 있는 ‘10일유치원’들이 거의 20년 만에 다시 복구되어 이달 말부터 운영될 예정”이라면서 “’10일유치원’을 적극 활용해 보육을 핑계로 농장에 나오지 않고 장사하러 나가는 젊은 여성인력을 장악하고 통제함으로써 모내기에 총동원시키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와 유명무실 하던 ‘10일 유치원’이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3월말부터 용천군당에서는 각 리 당위원회에 자금난으로 폐쇄되거나 건물만 남아있는 ‘10일유치원’을 복구해 운영하라는 중앙의 지시를 내려 먹였지만 자금이 없는 농장에서는 아직까지도 ‘10일유치원’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모내기에 필요한 농기구의 기름을 장만하는 것도 벅찬데, 오랜 기간 방치되어 다 허물어진 유치원건물을 어떻게 다시 축조하고 내외부를 장식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 용천군에서 복구된 ‘10일유치원’을 본다면 논벼고장으로 유명한 양서리협동농장과 동신리협동농장 유치원 두 곳 뿐”이라면서 “이 농장은 농장인력이 밀집되어 있고 평양-신의주 간 1급 도로가 주변에 있어 언제든 중앙에서 내려와 방침검열대상으로 찍히는 농장이기 때문에 군당에서 직접 주민들로부터 자금을 걷어들여 보수 비용을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며칠 전 양서리 당위원회에서는 농장원회의를 열고 당의 은덕으로 10일 탁아소 및 유치원이 새롭게 변모되어 운영되게 되었으니 농장원들은 돌 지난 아이부터 7세아이까지 유치원에 맡기고 농사에 전념하라고 했다”면서 “아이 때문에 조퇴하거나 농장에 나오지 않는 농장원들은 문제를 세운다며(삼겠다며)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소식통도 같은 날 “도시에 있는 일일유치원과 달리 ‘10일유치원’은 농사에 바쁜 농장원들을 위해 나라에서 설립한 유치원이며, 운영비용을 국가와 해당 협동농장에서 공동부담하게 되어있다”면서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10일유치원’은 식량공급조차 중단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건물 자체를 창고로 이전한 곳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식량과 자금은 전혀 주지 않고 협동농장마다 ‘10일유치원’을 다시 운영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농장에서는 ‘10일유치원’ 운영자금을 전체 농장원들의 가을 분배에서 공제하기로 해 농장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10일 유치원’에 자녀를 맡겨야 하는 농장원들은 자녀들이 먹는 식량까지도 가을분배분에서 공제한다는 농장간부의 말에 ‘10일유치원’이 다시 문을 연 것 은 젊은 여성농장원들의 발목을 농장에 묶어두고 노예처럼 일만 시키려는 처사라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