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관광객 유치 위해 호텔 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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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국제관광호텔 로비에 설치되었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를 풍경화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신성시되어야 할 김일성∙김정일 유화 초상화 앞에서 호텔에 투숙중인 중국 관광객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등 ‘불경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증언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성역으로 알려진 김일성, 김정일 관련 대형 초상화들이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부 제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외국관광객 전문 국제관광호텔들이 중앙홀에 설치한 대형 김부자 초상화를 치우고 대신 풍경화를 장식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6일 “청진시에 있는 ‘천마산호텔’의 중앙 홀에 있던 김부자 유화상이 제거되고 그 자리에 풍경화가 설치되었다”면서 “지난해 말 호텔 내부 장식 공사를 시작해 봄철 중국관광객을 맞기 위한 보수공사로 알았는데 김일성과 김정일을 그린 대형 초상화를 치우기 위한 공사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관광객을 맞이하면서 제기되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각 호텔 중앙홀에 설치된 1호작품과 관련된 사건들이었다”면서 “중국관광객들은 호텔 중앙의 홀(로비)에 설치된 김부자 초상화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고성을 지르며 떠들어도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우리(북한)측 안내원들이 아무리 중국관광객들에 김부자 초상화가 설치된 곳은 신성한 장소라며 경건하게 행동할 것을 강조해도 중국인들에게는 먹혀들 리가 없다”면서 “우리나라에 관광을 다녀간 중국인들 속에서 ‘조선관광’에 대한 불만 사항을 들어보면 김부자 우상화 조형물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가장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유엔제재 속에서 외화가 급해 맞은 우리에게 하루에 수백 명씩 몰려드는 중국관광객은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1호작품앞에서의 불경한 행동을 그냥 놔둘 수도 없으니 아예 김부자의 초상화를 치우고 풍경화로 대치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특히 중국관광객들이 1호작품앞에서 사진촬영을 핑계로 고성을 지르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초상화 제거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북한) 주민이 1호 작품 앞에서 이상한 언행을 보인다면 곧바로 정치범으로 몰려 엄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라선시에 있는 남산호텔과 원조호텔 등 중국관광객 전용 호텔의 중앙홀에 있던 김부자 초상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풍경화가 들어섰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1호작품까지 제거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외화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라선시내 관광호텔들이 지난 겨울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내부시설 보수공사를 진행했다”면서 “호텔 시설을 보수해 외국관광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려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1호 유화작품을 제거하기 위한 공사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라선시뿐 아니라 다른 도시의 외국인전용 호텔도 중앙홀에 있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다 제거한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1호 작품의 훼손이나 제거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당국의 신격화도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벌이라는 과제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만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