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돼지열병 방역협력·식량 지원 논의

3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북단 민통선 지역에서 축산 방역당국이 도로에 방역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3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북단 민통선 지역에서 축산 방역당국이 도로에 방역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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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한미 외교당국자들이 남북 방역협력과 대북식량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일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동렬 단장은 웡 차관보에게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에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협력을 추진하자는 뜻을 전달한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협력이 이뤄지면 대북제재 면제 절차 등도 논의될 필요가 있어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와 관련해 서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방역협력 추진과 관련해 미국과도 실무적인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이동렬 단장과 웡 차관보는 대북식량지원 방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은 한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ASF와 관련해 북한의 지원 요청을 받으면 ASF 확산을 막기 위한 대북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지난 23일 돼지열병 발병 사실이 신고돼 25일 확진됐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지난 23일 돼지열병 발병 사실이 신고돼 25일 확진됐다고 통보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한국의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어떤 것을 지원할 수 있을지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병석 한국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 필요한 진단장비, 키트, 소독약, 장비 등을 포함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로부터 북한의 지원 요청이 정확히 접수되면 농식품부 차원에서 파악해 준비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멧돼지가 남하해 한국에 ASF가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방부와 국토교통부가 협력해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오병석 실장은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멧돼지가 땅을 파거나 구멍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만 강을 통해 남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토부와 국방부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도 북한 멧돼지로 인해 ASF가 한국에 퍼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멧돼지가 육지와 강, 바다를 오가며 최대 15km를 이동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북 접경지역을 비롯한 한국 전역의 멧돼지 개체수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강화군 등 남북 접경지역 10개의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북한에 협력의사를 타진한 한국 정부는 현재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 : 지난 금요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북한에 협력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의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속 북측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북한 내 추가 ASF 감염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를 통해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1건 외에 추가로 감염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 OIE에 ASF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한 바 있습니다. OIE에 따르면 북한 내 ASF는 지난달 23일 북한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 협동농장에서 신고됐고 지난달 25일 확진이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