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벌기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8일 내놓은 북한 정세 평가 자료.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한다면 미북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오는 8월로 예정된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과 미북 실무협상을 연계시켜 불만을 나타낸 것에 대한 평가입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미북 간 협상에 있어 미국의 목표는 WMD, 즉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이며 핵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라는 이른바 ‘핵동결 입구론’이 미국의 입장임을 공식화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새로운 협상카드를 만드는 등 하노이회담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치밀한 사전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공세가 중국과의 사전조율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원은 미북 실무협상과 관련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하는 새 협상팀은 하노이회담 협상팀에 대한 처벌을 지켜본 만큼 위험을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협상 초반에는 이들이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실무협상 초반부터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다가 전체 조망을 소홀히 하는 이른바 ‘디테일의 함정’에 봉착할 소지가 있다면서 올 하반기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미북 정상이 정치적 이해를 고려해 실무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명분을 갖고 추가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연구원은 북한의 대미 협상팀은 외무성이 협상을 주도하고 통일전선부가 지원하는 체제로 정비가 끝났지만 대남 사업은 여전히 통일전선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북제재 효과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올 하반기에 역성장과 전반적인 경제상황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와 전자부품, 금속 수입 감소로 설비와 부품 교체가 시급한 공장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급감하고 수출품 생산단위와 연관업체의 연쇄 도산이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대북제재가 여전한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올 연말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인력 철수까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오는 7~8월에 가뭄이나 수해가 발생하면 식량 생산량이 급감해 대량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선제적, 적극적으로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두드러진 북한 정세의 특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실질적 위상이 제고된 점을 꼽았습니다.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하면서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광폭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여동생 김경희의 관계처럼 친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심리적 안정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원은 또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대미견제를 노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지속하는 한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제재국면 돌파와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선 미북관계, 후 남북관계’의 틀이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미북 비핵화협상이 먼저 진전돼야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에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호응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