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농장원들, 농약 중독에 의한 간질환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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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일부지역 농촌에서 농약 중독에 의한 간 질환에 시달리는 농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농장 간부들은 농장원들속에서 나타나는 질병이 농약 중독 때문이 아니라면서 농민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남도 옹진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27일 "최근 옹진군 내 협동농장들에서 다수의 농장원들이 농약 중독 증상으로 보이는 간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농장원들은 농약을 분사기(분무기)로 살포하는 과정에서 농약이 체내에 흡수되어 병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옹진군 내 협동농장들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 중국산 살충제인 '델타'를 공급받아 농장원들이 분사기를 메고 다니며 직접 농약을 뿌렸다"면서 "농약에는 살포시 인체에 흡수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농장원들은 아무런 방호 장비 없이 맨 손으로 농약을 뿌렸기 때문에 농약이 사람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장갑 등 기본적인 물품도 북한 농장에선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고 2019년 이후 중국산 살충제는 더 이상 수입되지 않았지만 그에 앞서 지속적인 농약 노출과 영양실조가 겹쳐 서서히 간기능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최근 농약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농장원들은 대부분 눈의 흰자위 부분과 얼굴 피부가 황색으로 변하고 다리에 심각한 부종이 생기는 황달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고 있다"면서 "환자들은 모두 의사로부터 간경변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아무런 방호장비 없이 맨 손으로 농약을 뿌린 것이 원인이라는 소견을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농장원들은 농장관리위원회를 찾아가 농약중독으로 질병이 생겼으니 농장에서 책임지고 치료해달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면서 "그러나 농장 측에서는 수 년 전에 살포한 농약이 지금에 와서 신체의 이상이나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농장 측이 농장원들의 호소를 외면하자 농민들은 원인을 제공했으면 책임을 져야 맞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면서 "농장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땀 흘려 일한 대가가 병으로 망가진 몸뿐이라며 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를 원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강서군의 한 농업분야 소식통은 28일 "요즘 우리 군내 여러 협동농장들에서 농장원들이 농약중독으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는 사례가 여러 건 보고 되었다"면서 "일부 농장원들은 간질환을 앓고 있어 농약 중독에 의한 간질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장측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에 보고된 한 여성 농장원의 경우 위생(생리)이 불규칙하고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누렇게 되어 병원을 찾았는데 간경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그는 평소 술도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며 간에 무리가 생길 일이 없다며 재검사를 시행했지만 끝내 간경변으로 확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한순간에 간경변 환자가 된 해당 농장원과 그의 가족들은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해 병의 원인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해 검사와 면담을 반복했다"면서 "결국 그들은 수년간 농약 살포작업에 동원된 것이 간경변을 일으킨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고 농장측에 치료대책을 세워줄 것을 호소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농약살포에 동원되었던 농장원들은 앞을 다투어 간 검사를 시행했으며 일부 농장원들이 간경변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저마다 호소하는 증상이나 수위는 상이했지만 이들 모두가 해마다 농약 살포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속에서는 농장원들 속에서 나타나는 간질환이 모두 농약때문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농약살포에 동원된 농장원들이 이처럼 간경변 진단을 받고 농장 관리위원회에 시급한 치료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농장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증세가 심각한 농장원들은 메밀과 녹두를 복용하는 등 민간요법으로 간을 해독하느라 안간힘을 다하면서 농장 측과 당국의 무관심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