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막 ‘아리랑 공연’은 아동학대극

오는 10일부터 평양에서는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이 막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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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우상화와 집단주의를 찬양하는 아리랑 공연의 뒤에는 훈련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피눈물 나는 사연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0일부터 9월 말까지 진행되는 '아리랑 공연'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일 소개했습니다.

아리랑 공연을 지도하는 한 북한 간부의 말입니다.

“대집단체조와 아리랑 공연준비는 지금 마감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 선보이게 될 아리랑에는 기존의 프로그램에 ‘강선의 봉화’라는 항목이 더 추가되어 지난해 말 강선제강소를 찾은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지도 업적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고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부터 거의 연례적으로 진행된 ‘아리랑’은 북한의 집단주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북한도 “아리랑은 주체문화예술의 대성공작이며, 후세에 길이 전할 귀중한 국보”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도 아리랑 공연에 외국인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해외주재 북한 공관과 상사원 웹사이트를 통해 아리랑 공연의 관람객 모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아리랑 공연’의 뒷면에는 여기에 참가한 학생들의 피와 눈물이 얼룩져있다고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행사 도중이거나 훈련 중에도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소변을 보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배경대에 참가했던 아이를 둔 한 평양 출신 탈북여성은 말합니다.

“화장실이 있기는 한데 화장실이 적거니와 거기에 있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 갔다 왔다 못한대요. 그래서 우리 아이도 깡통과 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거기에 싼다고 했어요.”

카드섹션, 즉 배경대에 앉은 아이들은 카드를 한 장 잘 못 뒤져도 훈련 지도원에게서 매를 맞아야 했고, 더욱이 김일성의 얼굴 부분을 맡았던 한 학생이 실수로 카드를 잘 못 뒤져 흠집을 냈다고 해서 평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근 6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뙤약볕 아래서 훈련하다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였다고 다른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말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어머니가 사망해서 장례를 치러야 했지만, 충실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무서워 행사에 동원되었다고 이야기도 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학생들은 보충 수업을 받기 위해 겨울 방학도 없이 무더기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3월부터 오전에만 공부하고 오후에는 훈련하다가, 5월 모내기 전투부터는 하루 종일 떼 가지고 11월까지는 하루 종일 훈련해요. 공부도 하지 못하고요.”

2005년에 아리랑 공연에 참가했던 한 탈북자도 하루에 6시간, 7시간씩 속전속결로 수업을 받아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준비한 행사에 김정일이 참가하지 않았을 때의 실망은 비할 바 없이 컸다고 이 탈북자는 말합니다.

당시 김정일이 관람한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닭고기 두 마리와 사탕 2kg을 받았고, 행사가 완전히 끝났을 때는 색 텔레비전(컬러TV)이나 전기 재봉기를 1대씩 선물로 받았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평양에 있을 때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북한이 얼마나 학생들을 수령찬양에 혹사시키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