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문화수준을 높여야 한다며'만페지(10,000 page) 책읽기운동'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3대 수령 칭송으로 일관된 북한 도서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1960년대 김정일이 발기한‘만페지 책읽기운동’은 3대 수령 노작과 이를 선전하는 각종 도서 읽기를 대중화함으로써 주민을 세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장마당 확산으로 한국영화 등이 대량 유입되며 북한 도서 읽기가 외면되었는데, 북한이 최근 또 다시 책읽기 운동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0일“태양절(4.15) 이후 은산군 기계공장에서는‘만페지 책읽기운동’이 포치됐다”면서“중앙의 지시로 공장당위원회가 지시한 것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지시로 공장 노동자들은 올해 출판된 (김정은) 연설과 당 전원회의 내용을 우선해서 장편 소설 등 만페지를 읽고, 독서내용을 매일 기록해 연말 당 조직에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만페지 책읽기운동’을 당적 사업으로 전개하는 것은 김정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이는 코로나 생활고로 나타나고 있는 민심이반을 다 잡는 동시에 반동사상문화를 뿌리 뽑음으로써 주민들을 사회주의사상으로 재무장시키려는 당 선전선동의 전략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도서는 (수령이) 다 제일이라는 선전뿐이어서 재미없다며 아래동네(한국) 영화처럼 재미나는 책이라면 밤 새워 읽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지난주 초(17일) 신의주 여맹조직(가정주부 조직)에 여맹원들에게 이론도서(3대수령 노작)와 문예작품(소설)을 만페지 읽으라는 당적 지시가 전달됐다”고 전했습니다.
“‘만페지 책읽기운동’은 페이지 숫자를 채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치사상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정신적 양식을 쌓아야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주민들에게 개인 독서일지를 만들고, 매일 30페지 이상의 책을 읽어 핵심내용과 자기의 소감을 독서일지에 기록해 연말 당 조직에 바치도록 조직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1990년대 식량배급제가 붕괴되기 전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수령의 노작과 (북한)장편소설 등을 읽으며 사상의식과 문화지식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장마당 확산으로 한국, 미국 등 해외영화가 국경을 통해 CD(알판)로 유입되고, 2010년대 들어서는 해외도서 등이 대량 들어있는 USB와 SD카드가 전국으로 퍼지며 북한 도서와 영화 등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시장경제 지식과 정보, 세계정세를 제대로 배우려면 한국방송과 영화시청, 해외서적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어서 북한에서는 주민 세뇌 수단인 북한 도서 읽기보다 한국영화 등을 밤새워 보면서 한국 말투까지 따라하는 바람이 불었던 것입니다.
해외정보 유입과 한류 확산으로 체제 근간이 흔들리게 되자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12)을 제정하고 (한국) 괴뢰영화와 녹화물, 도서 등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유포한 자는 5년 이상의 교화형, 죄질이 나쁘면 최고 사형까지 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당국이‘만페지 책읽기운동’을 당적 사업으로 전개하는 것은 주민들과 청년들의 머릿 속에 남아있는 반동사상문화를 척결하고 당의 사상으로 주민들을 재무장시키려는 의도”라면서“그러나 수령 칭송 밖에 없는 (북한)도서를 누가 만페지나 읽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