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청소년의 사상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는 북한이 평양에서 제9차 소년단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소년단대회 참가자 선발을 당국에 돈을 많이 바친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져 비판 여론이 높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1일 “오늘부터 제9차 소년단대회가 평양에서 진행된다”면서 “소년단대회 참가자 선발은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정주시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두 명의 소학생이 선발됐는데 이들은 모두 500마리 이상의 어미토끼를 학교에 바친 학생들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달 간 장날 나가면 500마리 정도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마다 북한은 전국의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에 토끼 기르기 과제를 하달합니다. 학생들이 과외시간을 이용해 산과 들에서 토끼풀을 뜯어다 토끼를 길러 군부대 지원물자로 바치라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부과되는 지원물자 토끼는 어미 토기로 300~500마리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학교에서 한해에 500마리의 어미 토끼를 길러내는 게 쉽지 않다”면서 “산과 들에 있는 산나물과 식용 풀은 주민들이 식량보탬으로 반반이(모조리) 뜯어가 토끼를 먹일 풀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에 학교당국은 학생들에게 1인당 어미 토끼 2마리를 집에서 길러 바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집에서도 토끼에게 먹일 풀과 사료가 없는데 토끼를 2마리나 길러서 학교에 바칠 수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돈주 부모들은 장마당에서 300마리 이상의 어미 토끼를 사다가 학교당국에 바치고 자기의 자녀를 김일성소년영예상 수상자나 소년단대회 참가자로 선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평양 소년단대회 참가자 기준이 학습과 조직생활에서 모범적인 학생들이 아니라 돈이 많은 부모의 자녀들 위주로 선발되었다는 얘깁니다. 김일성소년영예상 수상자와 소년단대회 등 주요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학입시와 간부등용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덕천시에서도 제9차 소년단대회 참가자들이 평양으로 올라갔다”면서 “각 소학교 단위원장(소년단조직 간부)과 충성심이 높은 학생들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충성심이 높다는 학생을 보면 올해 덕천시에 조성된 소년단림에 1천달러를 바친 돈주 부모의 자식들이다”라면서 “결국 공부를 잘하는 최우등생이라도 부모가 돈이 없으면 소년단대회 참가자 선발에서 밀려나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나이가 어린 소년단원(9세~13세)들도 돈이 많은 학생들만 국가에서 써준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소년단조직을 당에 충실한 혁명조직으로 강화할 목적으로 개최되는 소년단대회는 도리어 청소년들에게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온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9차 소년단대회는 지난 2017년 6월 이후 5년 만에 개최되었습니다. 북한의 소년단조직은 1946년 6월 6일 창립되었으며 만 7∼13세의 소학교·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올해 소년단조직 입단이 가능한 학생 수는 9세 아동인 약 23만8천명이라고 북한 매체가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