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썬팅 차량을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며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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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사법당국이 햇빛을 차단하는 색유리를 부착한 차량을 자본주의 황색바람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색유리를 부착(썬팅)한 차량들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유리교체와 함께 벌금 처분을 받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2일 "요즘 신의주와 평양을 잇는 1호국도에서 보위부초소와 안전부초소들이 색유리를 끼우고 운행하는 차량들 단속하고 있다"면서 "파란색이든 밤색이든 색깔이 들어간 유리를 끼운 차량운전수들에 사법당국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자본주의황색문화를 수용한 혐의로 벌금을 물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1호국도 전 구간에 설치되어 있는 초소들에서는 버스와 택시 등 차량에 승차한 손님들의 여행증명서와 물동량을 단속하거나 차량정비 상태만 검열해 왔지만, 차창 유리에 색깔이 있는 것을 자본주의황색문화로 싸잡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같은 터무니 없는 단속에 운전수들은 햇빛을 막으려 색유리를 끼운 게 왜 자본주의황색문화냐며 단속원에 대들고 있다"면서 "이에 사법일꾼들은 차 안이 보이지 않게 색 유리를 끼우고 운행하는 것은 차 안에서 마약을 하거나 부화방탕한 행위를 감추려는 황색자본주의바람에 물든 사람이라며 이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평안남도의 매 교통초소에서도 개인택시나 승용차를 대상으로 색깔있는 유리를 끼운 차량들은 무조건 단속하고 20~35만원 (30~50달러)에 달하는 벌금 처분과 함께 유리를 즉시 교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색깔 유리를 교체하지 않고 다시 단속되는 차량은 지역 교통처에서 해당 차량을 몰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갑자기 차량의 색 유리까지 반사회주의문화로 단속하고 나선 데에는 대도시에서 젊은이들이 개인택시나 승용차 안에서 USB를 손전화에 끼워 남한 영화나 음악 등 자본주의 문화를 즐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년 하반기부터 젊은이들 속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는 외부 영화나 음악 등 자본주의문화를 송두리째 뽑지 않으면 당의 사상진지, 계급진지가 무너진다고 판단한 당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제정하고 외부 문화 수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새해 들어서도 한국, 일본, 미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사법당국에서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외부 문화 수용에 대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하다하다 이제는 차량 유리 색깔까지 시비하며 단속하는 당국의 행태를 두고 주민들 속에서는 체제불안감이 얼마나 심하면 차량의 유리 색깔까지도 '적'으로 돌리고 반동잡이에 나서겠냐며 조롱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이 이용하는 차량의 번호는 727(정전협정일)로 시작되며, 727 번호판으로 운행하는 차량 유리는 전부 햇빛을 완전차단하는 짙은 썬팅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일반 차량의 썬팅 유리를 자본주의황색바람으로 규정한다면 고위 간부들의 차량은 무엇이냐며 당국의 모순된 행태에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