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아 북에 중국 월병 대량 유입

0:00 / 0:00

앵커 : 추석명절을 앞두고 중국의 중추절 전통음식인 월병(月餠)이 북한에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산 상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 생활경제로 인해 명절 전통 음식마저 중국화 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 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북한과의 교역 중심지인 중국 단둥에서 오랜 세월 북한과 거래해온 상인들은 “큰물 피해로 인한 북한의 경제사정이 워낙 안 좋아 금년도 추석 경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장사가 안 되는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년에 비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상품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서도 북한상인들이 중국의 전통적인 추석명절 음식인 월병(月餠)을 다량으로 주문하고 있어 대북 상인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해관 근처의 식품점 주인 왕 모 씨는 다량의 중국 월병을 종이상자에 포장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조선 사람들도 월병을 좋아하게 된 모양”이라면서 “이 월병들은 조선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둥해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주방용품 상점주인 이 모 씨도 “단골 고객인 북한의 국영상점 지배인으로부터 개당 2~3위안 하는 저가의 중국 월병을 구입해서 포장해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수량이 많은 걸로 보아 선물용은 아닌 것 같고 판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상인들이 추석을 앞두고 중국 월병을 들여가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개 선물용으로 소량 주문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올 추석에는 대규모 상자떼기로 구입해간다고 중국 상인들은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을 방문 중인 평양의 한 주민은 “추석 때 평양의 백화점 등에 중국 월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고 최근엔 장마당에서도 중국 월병과 모양이 비슷한 조선에서 만든 월병도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눅거리 월병이라고 해도 중국산 월병은 서민들에게는 한 달 치 수입을 넘는 고가의 식품이기 때문에 추석 명절 때 간부들에게 바치는 뇌물용으로나 거래가 되는 실정”이라면서 “중국제품이 워낙 비싸서 ‘8.3 월병’ 또는 ‘가내반 월병’이라고 불리는 중국산과 모양만 비슷한 가짜 월병을 개인들이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파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평양 주민은 “북한에서도 추석 전통음식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송편인 것은 맞지만 쌀이 귀한 북한에서 송편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장마당에서 구입한 값싼 월병(8.3월병)을 조상의 묘지에 차례음식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또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조선의 경제사정과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 걸쳐 대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데 따라 추석명절 전통음식마저도 중국 월병한테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