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중국 경제 개혁과 교훈” - 탈북자들의 중국 경제 체험담

주간 기획, “중국의 개혁, 개방이 주는 북한에 대한 교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오기 전 중국에서 장사 등 경제활동을 한 탈북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봅니다. 진행에 양성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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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현재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근래 들어 연 10% 정도씩 엄청난 경제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한 중국으로 간 탈북자들은 그 곳에서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지난 98년 북한을 떠나 중국 선양에서 자리를 잡고 반찬 장사 등을 통해 꽤 돈을 모든 탈북자 김 씨는 2003년 남한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김 씨가 중국 선양에 도착해 우선 놀란 것은 북한과는 달리 밤에도 시내가 너무 환했다는 점입니다.

김 씨: 제일 먼저 놀랐던 것은 전기가 많고 유흥업소가 너무 많은 것에 놀랐다. 북한에서는 유흥업소는 구경도 못했다. 전부 술집 간판이고, 시장에 갔는데 물건이 너무 많고 사람들이 너무 여유가 있었다.

중국에서 생계를 꾸려가야 했던 김 씨는 선양의 한 시장에서 반찬 장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방직공장에 다니던 그의 북한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김 씨: 중국 도착한 다음 4개월 만에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반찬장사였다. 반찬 장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 시작했는데 조선식 반찬과 많이 틀려 처음에는 며칠 배우기도 했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됐다.

그는 북한 당국에서 식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에서도 소규모 장사를 하긴 하지만 중국에서의 장사는 많이 달랐다고 설명합니다.

김 씨: 북한에서도 주민 개개인이 소규모로 장사를 하긴 한다. 또 모든 물건에 대한 통제가 있어 마음대로 장사를 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하루하루 세금만 내면 됐다. 시장에서 세금 받으러 돌아다니는 중국 공무원에게 세금만 바치면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북한은 하루 종일 장사를 해 봐야 한 끼 가족이 먹을 식량 값을 구하지 못한다. 중국에서는 하루 장사를 잘 하면 가족이 한 며칠 동안을 잘 먹을 수 있다. 그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내 손으로 돈을 버는구나 하는 자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은행거래를 할 수 없어 돈을 집에다 쌓아놓았는데 돈 모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 씨는 북한도 중국을 따라 변해가야 하는데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 씨: 북한에서 흔히 말했던 것이 중국은 겉으로는 사회주의고 속은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북한도 조금씩 변해갔으면 좋겠다.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북한이 변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겉으로는 장사도 좀 할 수 있고 배급제도 폐지되고 그럴지 몰라도 속으로는 정치적으로 더 억압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5년간 생활하다 2003년 남한에 입국한 박 씨는 중국이 북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수준이 높았다고 말합니다.

박 씨: 중국이 북한과 비교해 경제, 생활 모든 측면에서 더 나았다. 중국이 북한에 비해 몇 십 년 앞섰다고 보면 된다. 북한이 60-70년대 잘 살았다는 데 그것보다 한 20년 앞섰다. 중국은 먹을 것 마음대로 먹지, 중국 땅에서 배고파서 죽는 사람은 없지 않나? 내가 지금 50대 중반인데 북한에 있는 내 또래 사람들과 연락해 보면 다 죽고 살아있는 이들이 없다.

박 씨는 북한 당국자들이 중국의 경제 발전상을 아무리 시찰하고 배운다고 말해도 북한 지도자들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 경제의 개혁, 개방은 요원하다고 말합니다.

박 씨: (북한의 경제관련 변화는) 가시적으로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초보의 초보다. (변화는) 시작도 안 된다. 꿈도 꾸지 말라. (북한 지도자가) 중국 시찰을 아무리 해도 북한은 경제기초가 다 파괴됐다. 양말 한 짝 못 만들고 초등학교 노트도 못 만드는 형편이다. 공장, 기업소, 탄광 등도 물에 잠기고 특히 에너지가 없다. 중국식으로 해봤자 안된다. 농민들한테 땅도 떼어주고 그러는데 그래도 안 된다.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물가는 더 올라가고 주민들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

박 씨는 이미 80년대부터 중국의 경제 발전상을 다 알고 있었다면서 북한이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 정권의 폐쇄적 성격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박 씨: 우린 북한에서 두만강 건너 살았기 때문에 중국의 현황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벌써 80년대 초부터 중국 등소평이 개혁, 개방할 때 북한도 중국처럼 살아남으려는 개혁, 개방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간부들도 다 알고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개방하면 자본주의 생활풍조가 들어온다고, 또 사회주의를 버린다는 이유로 딱 가둬놓으니까 절대 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간기획 중국 개혁, 개방이 주는 북한에 대한 교훈. 오늘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가기에 앞서 중국에서 살았던 탈북자들로부터 중국에서의 경험담 등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북한이 중국처럼 과감히 경제 개혁, 개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