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중국의 개혁, 개방이 주는 북한에 대한 교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과 비교한 북한의 농업개혁 노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농업개혁과 관련해 여러 시도를 해보곤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양성원 기자입니다.
최근 저명한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즉 국제사면위원회는 북한 정권의 최대 실패는 주민들의 ‘먹을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외부의 식량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난해 말 유엔 기구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을 먹이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500만 톤가량의 식량이 필요한데 북한에는 작년 풍년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톤가량의 식량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농업 생산량을 늘릴 것을 주민들에게 촉구하면서 일부 농업 관련 개혁 조치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한 예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협동농장을 통한 집단영농 방식을 탈피해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에 바칠 일정량 이상의 잉여 농산물은 이 개별 가구가 처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민들에게 보다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인동포 신문인 흑룡강 신문은 최근 북한이 중국식 ‘포전담당제’, 즉 농호별 생산책임제를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올해부터 전면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포전담당제’란 ‘포간도호’로도 불리는데 그 개념은 국가가 농민에게 토지만 임대해 주고 농업 경영은 완전히 농민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일정량의 농산물이나 토지 사용료 등을 국가에 납부하고 남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개인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자본주의 사회의 ‘정액소작제’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 당국도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동의욕 고취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북한농업 전문가 권태진 박사는 아직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중국식 농업 개혁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권태진“ 본격적으로 중국식 농업개혁에 나섰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방향은 그 곳으로 간다고 말할 수 있지만 속도는 그다지 나지 않는다. 중국은 과거 개인 영농제(생산책임제)로 가서 농업 개혁의 가속도가 붙었다. 농지만 국가가 소유, 나머지는 모두 농민에게 다 넘겨주는 형태가 가장 최근 중국 농업 형태다. 북한이 개인에게 영농을 할 수 있는 어떤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곳까지 간 것은 아니다.
권 박사는 중국은 70년대 말 농업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 농민들에게 노동의욕을 고취함으로써 약 5년간 30-40% 가량 생산량 증가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권태진: 중국 농업 개혁을 하고 약 5년 정도 농업 생산량 크게 증가했다. 그 원인은 크게 비료, 농자재 투입을 늘려 생산량이 늘어난 면이 있고 제도를 바꿈으로써 즉 개별 농가에게 동기 부여를 통해서 그렇게 된 면이 있는데 그 동기 부여를 통해서만 생산량이 약 30% 정도 늘었다.
실제 중국에서 농사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도 북한과는 달리 중국 농민들은 피와 땀을 흘려 농사일에 정성을 다 한다고 말합니다.
탈북자: 중국에서는 당연히 자기 것이니까 피땀 흘려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땅에서는 자기 것이 아니라 공동, 집체적인 것이니까 의욕이 없다.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봤자 돌아오는 보상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던 한 탈북자가 보는 북한의 농업 개혁 움직임도 그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북한의 개혁은) 지금 초보의 초보다. 농민들한테 땅도 떼어주고 그러는데 그래도 안된다.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물가는 더 올라가고 주민들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
또 다른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고 있는 강철환 씨도 북한에서는 농업개혁과 관련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강철환: 북한 내에서 농업개혁을 실시한다, 개인농을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말들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 시행된 것은 거의 없다. 협동농장의 잉여 토지를 공장기업소에 불하해 놀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농사를 짓게 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아마 그것도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북한의 농업개혁이나 새로운 변화를 많이 예측했는데 아직까지 북한의 구체적인 농업 변화 같은 것은 찾기 힘든 것 같다.
결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낙후된 농업생산성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중국식 농업 개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경제개혁 비교 전문가인 남한 인천대학교의 박정동 교수의 말입니다.
박정동: 북한 협동농장의 농업 생산성은 대단히 낙후돼 있다. 북한도 중국식으로 농업체제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북한 농업의 구조적 문제점은 우선 정치적 통제를 목적으로 조직된 면 단위의 구조를 꼽을 수 있는데 이것은 중국의 인민공사와 같이 정치조직임과 동시에 하나의 생산조직이다. 그리고 효율성을 무시하고 중앙 집권적인 면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적인 경영이나 농업 기술적 측면보다는 사상이나 문화적인 면을 강조해 농민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그 생산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분조관리제 등 여러 가지 북한의 농업 개혁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시험(테스트) 단계다. 북한이 획기적 변화로 나가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이 완전한 농업개혁을 해야 한다.
박 교수는 북한 사람들도 경제적 동기부여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지도부가 과감한 결단을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북한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정동: 북한 사람들도 인센티브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들이 약간씩 잉태되고 있다. 북한 방문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과거보다 북한에 훨씬 활기가 있다고 한다. 북한도 사회주의 내에서 시장경제를 하게만 해주면 중국 못지않게 에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중국은 덩샤오핑 등 지도자 자체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해도 굳건히 중국 공산당 정권을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북한 집권층은 개혁, 개방을 하고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공산당을 붕괴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중국 공산당 같이 훨씬 인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공산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중국 공산당이 개혁, 개방을 통해 중국 주민들을 과거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도 중국처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과감히 도입해 주민들을 잘 먹여 살리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면 주민들의 존경 속에서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개혁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주간기획 중국 개혁, 개방이 주는 북한에 대한 교훈. 오늘은 북한의 농업개혁 움직임과 그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 등 기업구조 개혁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 등을 알아봅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