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류 북한 화교 3년 만에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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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병 사태 때 북한을 떠나 중국에 체류하던 화교들의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2021년부터 생활고로 북한을 떠났던 화교들은 3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0일 자유아시아방송은 11월 초부터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과 심양 총영사관이 북한 귀국을 원하는 화교들로부터 귀가 신청서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 관련기사 )

북한에 거주하며 중국과의 무역업에 종사했던 화교들은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 중국으로 보내달라고 진정서를 냈고, 결국 2021년부터 대거 북한을 떠나 중국에 체류해 왔습니다.

중국 요녕성 단동시의 한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지난 주 심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과 단동 영사부가 북한으로의 귀가를 신청한 화교들에게 입국 승인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귀가를 승인한 화교들은 22일부터 북한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22일(금요일) 1차로 화교 70명이 단동에서 버스로 교두(조중 우의교)를 건너 신의주로 들어갈 예정이며 이번에 귀가하는 사람들은 평양시, 평안남도, 평안북도에 사는 화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귀가하는 전체 화교의 규모는 파악할 수 없으나 코로나 봉쇄 이후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의 70% 이상이 중국으로 입국했으며 북한 전체 화교의 규모는 5천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7년 한국 국립외교원 자료 기준)

그는 특히 “귀가하는 화교들은 신의주에 들려 신의주 광장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게 된다”며“꽃바구니 준비를 위해 1인 당 20위안(미화 2.8달러)씩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현재까지는 북한에 들어가 격리 없이 자기 집으로 바로 가는 것으로 통보받았으나 당일 북한 당국의 결정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귀국을 원하는 화교들은 북한에 안해(아내)나 자녀가 있거나, 오랫동안 비어 둔 집이 걱정되거나, 중국 외지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며 북한 거주를 포기하고 중국에 남기로 결심한 화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길림성 연길시의 한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3년 만에 화교들이 가족과 집이 있는 북한으로 갈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귀가가 단동을 통해서만 진행되는데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귀가가 단동에서 신의주를 통해 이뤄지는데 북한 북부와 동해안 지역에 사는 화교들의 경우 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신의주에서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지역으로 가자면 기차를 몇 번 갈아타거나 혹은 며칠에 한번 겨우 운행하는 완행열차로 2~3일을 가야 합니다. 더욱이 몇 년 만에 귀가하는 화교들은 가지고 갈 짐이 많아 신의주를 통한 귀갓길을 꺼린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이런 이유로 이번 귀가 행렬에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등에 사는 화교들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양강도 등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북한 내 화교의 과반이 산다며 이 지역에 살던 화교들은 단동 외에 다른 지역도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화교들의 제일 큰 우려는 북한이 이전처럼 중국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허용할까 하는 것이라며 격리 기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관심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북부 지역 거주 화교들이 주로 이용해 왔던 청진 중국 영사관은 여전히 업무 중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 직원들이 철수한 뒤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태이며 평양의 중국 대사관에서만 관련 영사 업무 등을 취급하는 상황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