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에 쌀밥이라도 올렸으면” 북 주민 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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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북한의 추석연휴는 3일간(9~11)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족전통 명절인 추석이 주민들에게는 가난과 슬픔을 절감하는 날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올 추석에는 9.9절(정권창립일)이 끼어 사흘(9~11) 휴식한다”면서 “추석연휴 기간이 주민들에게는 가난을 실감하는 슬픈 날들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장 먹을 식량도 부족한 마당에 추석명절을 맞이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소박한 제상(차례상)도 차릴 수 없어 부모님 산소에 올라가지 못하고 불효자라는 죄의식에 한숨만 쉬고 있다”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나도 추석날만큼은 부모님 산소에 제상(차례상)음식 몇 가지라도 올리려고 장마당에 나갔다가 쌀과 두부콩, 과일 등이 너무 비싸 빈손으로 돌아섰다”고 덧붙였습니다.

추석명절을 맞으며 평안남도 성천군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북한 햅쌀 1킬로 가격은 내화 8,000원(0.98달러), 두부콩 1킬로에 내화 6,800원(0.83달러), 황해도 과일군에서 온 사과 한 알에 내화 3,000원(0.4달러), 돼지고기 1킬로에 25,000원(3.1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환율은 1달러에 8,100원, 1위안에 850원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도 “우리 나라 추석명절 풍습은 갖가지 음식을 보따리에 이고지고 가까운 동네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 조상 묘 앞에 제상음식 차려놓고 절을 한 다음, 다 같이 음식을 나누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장마당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동네사람들이 화목하게 모여 앉아 추석 음식 나누며 추석날 달밤을 즐겁게 보내던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용천군 동네에서도 올 추석명절에 3일(9~11)동안이나 휴식일이지만, 쌀밥 한 그릇 조상에게 지어 올릴 여유가 없어 부모님 산소에 올라가지 못하고 가난을 원망하며 슬픔 속에 추석명절을 보내는 주민이 대다수이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나도 부모님 제상에 음식을 차려 올릴 쌀과 고기 등을 구입할 돈이 없어 빈손으로 미리 산에 올라가 부모님 묘 앞에 엎드려 잘 살게 해달라고 빌고 왔다”면서 “추석명절에 부모님 산소에 쌀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너무 살기 힘들어 주민들은 추석명절에도 부모님 제상음식은 고사하고 어린 자식에게 쌀밥 한 그릇 먹이지 못하게 되어 마음 아픈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도 친정 어머니가 지난 8월 영양실조로 돌아가시고 두 달 전에 출산한 딸은 제대로 먹지 못해 젖이 안나와 애기가 배고파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언제면 먹을 것이 풍족한 추석명절을 맞을 수 있겠냐”면서 민생을 외면하는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