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전용병원 ‘봉화진료소’도 뇌물 받고 일반환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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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특권층 전용 병원으로 알려진 평양 봉화진료소도 뇌물을 바치면 일반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당 부장급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는 봉화진료소 조차 외화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용 헬기장까지 갖춘 북한의 고급 의료기관 봉화진료소는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 부부장급(차관급) 이상만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외부세계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봉화진료소도 뇌물만 고이고 고위간부에게 부탁하면 지방 주민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7일 “조카가 위장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얼마 전 평양의 봉화진료소에 가서 치료를 받고 말끔하게 나았다”면서 “봉화진료소 치료를 위해 큰 돈이 들긴 했지만 역시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공화국 최고의 병원으로 잘 알려진 봉화진료소는 당 부부장급 이상만 다니는 특권층 병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뇌물을 고이면 일반인도 진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면서 이제 이 나라에서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 씁쓸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봉화진료소뿐 아니라 평양의 유명 병원인 김만유병원, 남산병원, 적십자병원 등에도 꽤 많은 지방사람들이 올라와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면서 “이들은 모두 고위 간부 뒷배를 동원하고 뇌물을 고여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병원들은 장마당에서는 구할 수 없는 여러가지 치료약들도 갖추고 있다”면서 “다만 고위간부가 아닌 야매(일반) 환자들이 이약을 처방 받으려면 비싼 약값을 부담해야 하니 무상 의료혜택을 받는 간부들과 달리 일반 야매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고이는 뇌물의 액수에 따라 의사나 간호부(간호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다르다”면서 “큰 돈을 고이면 중앙당 간부보다 더 친절하고 세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남한에 정착한 평양 출신 탈북민 이 모씨는 “과거에도 평양의 고위간부 전용병원들에서 규정을 어기고 일반주민들을 진료해 주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런 야매(비공식) 환자들의 뇌물을 받지 않고 국가공급만으로는 의사들이 먹고 살기도 어렵고 병원 운영이 안 되는 게 북한 의료계의 현실”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는 “외부세계에서 인도주의 지원물자로 보내주는 의료장비나 병원 소모품은 모두 평양의 간부 전용 병원에 공급된다”면서 ”특권층을 위한 병원이라지만 국가 지원이 워낙 미미해서 돈 있는 일반환자들을 받지 않고서는 운영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