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3월 범죄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한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100가지 법무상식'을 발표해 학습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3일 “요즘 도내의 각급 단위와 공장, 기업소, 농장, 인민반에서 법규범 원문침투사업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새로 발표된 ‘100가지 법무상식’을 주민들에게 심도 있게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00가지 법무상식은 사회주의 법무생활과 특징, 준법교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법무생활 지도위원회의 법적 기능과 통제를 강화하고 누구나 국가의 법규범과 규정을 자각적으로 지키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법무상식에는 ‘사회주의 법무생활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북한)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며 온 사회에 혁명적 준법기풍을 세우기 위한 과업을 명시했다”면서 “특히 당조직과 정권기관의 지도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100가지 법무상식을 접한 주민들은 100가지 법 규정이나 규범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발표한 100가지 법무상식이 주민들의 손과 발을 백방으로 얽어매는 악법이라면 맹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살인, 강도, 폭행사건을 보면 현재 처해있는 우리(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잘 보여준다”면서 “배고프고 살기 힘든 주민들에게 법무상식을 알려줄 게 아니라 당장 시급한 먹는 문제, 사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2일 “이달부터 전국의 모든 단위와 기관들에서 100가지 법무상식을 학습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100가지 법무상식을 접한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무상식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법무상식 45항 결혼규정에 남자는 18살, 여자 17살부터 결혼할 수 있다고 명시됐는데 사실 그런 결혼은 우리(북한)사회가 허용치 않는다”면서 “조혼이 제기되면 소속 기관에서 비사회주의 행위로 몰아 조직적으로 비판하는 게 일반적인 풍조인데 당국은 있지도 않은 결혼법이 마치 허용되는 것마냥 주장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법무상식 50항부터는 법규범과 규정이 조목조목 나열돼 있다”면서 “각종 형벌제도와 형법, 형벌의 종류를 밝히고 무기교화형과 유기교화형, 노동단련형 등 사법적 행정처벌로 범죄 처벌의 수위를 한층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77항 공민의 기본권리에서 선거할 권리와 선거 받을 권리,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 신앙의 자유, 신소와 청원의 권리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져)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82항 총비서의 임무와 권한에서 국무위원장이 국가의 전반사업과 국무위원회 사업을 직접 지도하며 최고 인민회의 법령, 국무위원회의 중요 정령과 결정, 인사권을 가진다고 밝힘으로써 1인 독재체제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등의 끔찍한 범죄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성격이라기 보다 열악한 경제난에서 초래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당국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삶의 환경을 보장하진 못할망정 100가지 법무상식 학습을 강요하고 나섰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최근 북한에선 살인, 강도, 폭행 등의 강력범죄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들에 의한 살인, 폭행, 부모형제간 칼부림, 폭력성 강간 등의 범죄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에 북한 당국은 지난 3월 ‘범죄와의 전면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4월에는 ‘온 사회에 혁명적인 준법기풍과 공산주의적 생활기풍, 도덕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자’는 취지의 간부 및 주민 대상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