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내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3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가 16일 공동으로 개최한 ‘북한의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 토론회.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 내에서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수십만 명 발생하고, 최소 3만 4천여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사망률과 감염병 사태를 먼저 겪은 홍콩의 자료를 북한에 적용해 얻은 수치입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북한 내 오미크론 유행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추정하면 3만 4540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홍콩은 의료 기반시설이 북한보다 낫고, 유행이 모두 지나기 전까지 모은 자료라서 사망률이 조금 낮게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이는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 교수는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연령별 입원율을 북한에 대입할 경우 환자 10만 명 당 5천 457명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30%가 감염되면 42만 명, 50%가 감염되면 70만 명이 입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 교수는 다만 이 수치가 북한의 대응에 따라 충분히 줄어들 수도 있다며, 훗날 유행이 다 지나간 뒤 되돌아봤을 때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판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지난 14일까지 누적된 이른바 ‘유열자’, 즉 발열자가 121만 3천550명, 사망자가 50명이라고 발표한 것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진과 사망 간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감염된 뒤 사망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유열자로 진단된 뒤 이르면 2주째, 늦으면 4주째에도 사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이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백신을 도입하고 전국에 보급해 주민들에게 접종한 뒤 그 효과를 기대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개월이 넘게 걸리는데, 그 때는 이미 유행의 정점을 지났을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백신은 당연히 코로나19 대응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유행 시작 시점과 보급 과정, 또 접종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은 대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 교수는 “백신에 너무 주력하는 것 보다는 당장 환자에게 도움이 될 시급한 조치를 챙기는 것이 절실하다”며 대증요법과 폐렴 치료, 항바이러스 치료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의료인 간 대화 통로를 만들 수 있다면 한국 측이 2년 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은 북한 주민 진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를 한국전쟁과 고난의 행군 당시의 대규모 참사에 비견될 굉장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미 북한의 의료시설이 심각하게 낙후돼 있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치료제를 어느 정도 공급받느냐, 그리고 의료진이 이런 치료 방법을 잘 따라서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이런 사회적인 파급 효과가 공포로 이어질지, 아니면 관리에 성공할 지 등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9년 초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완전히 마음을 닫고 사회주의 국제연대에 승부를 걸겠다는 상황인 만큼 결국 중국과 협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한국이 남북 협력에 대비해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동포애와 인류애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문진수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도 “북한은 자체적으로 사회주의적 공중보건 방역을 통해 전파를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의 선례를 따르는 한편 중국을 통한 지원과 협력에는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현 상황이 남북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조건을 배제하고 인도주의적 원칙인 실질적 상황 개선에 주력하는 협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