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코로나19로 집단체조공연 미뤄져 안도

북한의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공연 모습.
북한의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공연 모습.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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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비루스 사태로 모든 집체모임이 취소되면서 주민, 특히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집단체조공연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집단체조공연 연기 소식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0일 "작년에는 3월부터 집단체조공연에 참가할 10만명의 인원을 점검하느라 평양시가 북새통을 이루었다"면서 "지난해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연되었던 10만명 대집단체조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참가인원을 미리 조율하고 공연연습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올해는 신형코로나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아직 집단체조 인원점검과 준비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 가면 올봄(5월)에 대규모 집단체조공연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신형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인원점검과 연습 등 공연준비기간을 감안한다면 언제 공연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해마다 대규모 집단체조공연에서 '어린이장'에 참가할 숫자가 모자라자 당국에서는 학교에 진학해야 할 어린이들의 출생년도를 1년씩 낮추는 무리수까지 두며 집단체조공연을 진행해왔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집단체조 참가자 유치원어린이들이 보안서에 가서 출생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신형코로나로 인해 대집단체조공연 준비가 중단되자 주민들은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머지 않아 코로나사태가 종식되면 또 집단체조공연에 내몰릴 것을 생각하며 불안한 심정으로 어린 자녀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부 간부들과 돈주들은 미리 자녀를 집단체조명단에서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돈과 뇌물, 인맥을 동원해 병원기록을 만들고 수개월의 공연기간에는 자녀의 학업성적을 올리기 위한 특별과외지도를 받도록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11일 "신형코로나 전염병이 번지면서 매년 이맘 때 진행되던 집단체조공연 준비가 기한없이 연기되었다"면서 "하지만 4월이나 5월쯤 신형코로나비루스 사태가 끝나면 그동안 밀렸던 공연연습강도가 더 쎄질 것이고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시달릴지 생각하면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봄이 되면 평양거리에는 집단체조공연에 동원된 주민과 학생들로 붐볐다"면서 "비록 지금은 신형코로나 때문에 집단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국가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되면 당국에서 총동원령을 내려 대집단체조공연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신형코로나여파로 장마당 쌀값이 연일 오르고 있어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집단체조공연준비를 위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원점검을 했다가는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는 사실을 당국이 잘 파악한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