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차단을 위해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확진자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내부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일 현재 알려진 북한의 신형코로나 관련 상황을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올해 초 본격화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WHO, 즉 세계보건기구가 전세계적인 감염병(팬데믹)으로 지정했고 1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수는 86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자국 내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신형 코로나 확산 초기인 지난 1월 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북중 국경을 봉쇄하는 등 감염병 유입 방지를 위한 빠른 조치를 취했지만 이후 북한 내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신형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로이터통신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도 북한의 신형 코로나 상황을 평가하는 데 정보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WHO, 즉 세계보건기구도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진자 수와 방역상황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답변을 해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신형 코로나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중 접경지역에 배치된 북한 군 가운데 100명 이상이 신형 코로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감염병이 전국에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틀 뒤인 31일에는 한국의 조선일보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함경북도 청진에서 신형 코로나에 감염된 일가족 5명이 집안에 격리된 채 치료도 받지 못하고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달 미 국방부 출입기자들과의 화상 설명회에서 북한 군의 동향을 언급하며 북한 내에 확진자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 내에서 신형 코로나로 인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중교역 규모가 전체 북한 교역의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난 1월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 이미 신형 코로나가 북한에 유입됐을 수 있고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감안하면 격리조치나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한국처럼 병원에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발병자가 나오면 가족들을 포함해 그 집 전체를 봉쇄합니다. 치료법도 없는 상황에서 가족 전체를 격리하니까,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는 전언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상 군(군대)을 포함해 다수의 사망자가 있을 것이란 추정은 충분히 가능한 것 같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야 국제기구 등을 통해 진단시약 등 대북 방역물품 지원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금까진 설사 북한 내에 확진자가 발생했어도 이를 판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신형 코로나 확산의 시발점이자 8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에 확진자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북한과 국경이 닿아있는 중국에서 신형 코로나가 처음으로 발생했고 확진자와 사망자도 많이 나왔는데 이웃에 있는 북한에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세계에 거의 없을 것입니다.
고 객원연구위원은 지난달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며 해당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신형 코로나가 북한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위생 상태로 인해 신형 코로나가 홍역, 콜레라 등 다른 유행병과 겹쳐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홍역이나 콜레라는 해마다, 절기마다 해당 절기에 북한 내에 다 돈다고 보면 됩니다. 해마다 유행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신형 코로나 방역물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쉬마 이슬람(Shima Islam) 유엔아동기금(UNICEF) 아시아태평양사무소 공보관은 지난달 28일 북한 당국이 이 단체에 긴급 요청한 장갑, 마스크 등 신형 코로나 지원 물품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말했고, 국경없는의사회도 자신들이 지원한 물품이 북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도 지난달 26일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신형 코로나 확진자 감별을 위한 진단 시약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밝힌 북한 내 신형 코로나 격리자로 추정되는 이른바 '의학적 감시 대상자' 규모도 감염증 확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국에 '의학적 감시 대상자' 2280명이 남아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전국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 수를 모두 밝힌 것은 처음으로, 북한은 지난 2월과 3월에도 평안남·북도와 강원도 등에 모두 7천여 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격리 기간이 끝난 신형 코로나 감염 의심자들에 대한 격리를 순차적으로 해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신형 코로나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나라에 죄를 짓는 것'이라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 달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종합병원 기공식 등 공식석상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타난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도적으로 상황관리를 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신형 코로나 상황 안정이 아니라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일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내부에서 신형 코로나 상황이 안정됐다는 징후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문을 닫은 채 제한적인 지원만 받아들이는 현재의 태도를 유지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유엔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인도주의 대응책' 보고서에서 북한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 인력이 필요 인원의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지원물품까지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 오는 6월 안에 기존 물품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형 코로나 사태가 북한의 올해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신형 코로나로 현재 북중 국경이 막혀 있는 상태라, 중국에서 물자가 들어오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물리적으로는 북중 국경이 막힌 것, 경제적으로는 신형 코로나로 외환사정이 더 나빠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무역 제한으로 인한 북한 시장 물가 폭등을 비롯한 경제난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북한이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내부 상황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지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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