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방역 실패 책임 물어 간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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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시행하면서 일선 간부들의 책임과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당 정책과제 수행 미흡을 이유로 기관, 기업소 책임 간부들을 마구잡이로 처벌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기관 간부 소식통은 25일 “요즘 당국이 간부들에게 악성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한 위생방역지침과 노동당의 정책과제를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실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위생방역사업과 당면한 경제 과제 수행에서 미흡한 기관, 기업소 책임 간부들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처벌이 가해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시당위원회 청사에서 진행된 간부회의에서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발로된(드러난) 기관 기업소 책임 간부들이 무더기로 처벌을 받았다”며 “그 중에서 노동자들이 기업소에서 집단적으로 숙식하며 일을 하는 생산단위에서 숙소 격폐(폐쇄)조치를 하룻밤 늦게 조직한 두 기업소의 지배인이 비판 무대에 선 후 영창(유치장 구류)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영창 처벌을 받은 간부들은 당일 저녁부터 일반 범죄자들이 갇혀있는 구역 안전부 구류장에 3일동안 갇혀 있었다”며 “이전에도 가끔 영창 처벌을 받은 경우가 있긴 했지만 비상방역체계가 실행된 이후 처벌의 빈도가 너무 잦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사처벌을 제외하고 직무 수행과 관련해 북한 간부가 받는 처벌은 당 처벌과 행정처벌로 구분됩니다. 당 처벌은 주로 경고, 엄중경고, 후보당원으로 강등, 출당 등이 있으며 행정처벌은 6개월까지 무보수 노동, 10일까지 영창 처벌, 강등, 해임, 철직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창 처벌은 행정처벌의 종류를 명시한 북한 ‘행정처벌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간부들의 체면을 고려한 측면도 있고 북한 당국도 간부들에 대한 영창 처벌 사례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직무수행과정에 처벌을 받으면 어느 것이나 간부 사업(인사조치)을 할 때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영창 처벌에 대해 간부들속에서 의견(불만)이 많다”며 “재작년에 5일간 영창 처벌을 받고 안전부 구류장에 갇혀있다가 풀려난 한 기업소 간부는 모욕을 참다 못해 다음날로 건강 상태를 이유로 시당 간부부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직무수행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안전부 구류장에 일반 범죄자들과 같이 구류하는 영창 처벌은 너무 치사한 방법이다”라면서 “당국이 이런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밖에 간부들을 다스리지 못하는 건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은 25일 “부진한 경제 목표 달성과 알곡 생산 증대를 강조한 8기 4차 당전원회의(2021년 12월) 이후 당국이 간부들의 역할과 책임을 독려하는 한편 간부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4월 종업원의 밀수 행위를 막지 못한 기업소 일꾼과 봄철국토관리총동원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기관 기업소 책임간부 여러 명이 ‘3개월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았다”며 “이달에도 단위별 격폐 실행에서 지적을 받은 기관과 평양시 화성지구 주택건설 돌격대에 보낼 동원 인력을 채우지 못한 기관 책임자들이 무보수 노동과 영창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영창 처벌을 받고 구류장에 갇혀 죄수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데 대해 간부들도 불만이 많지만 간부 밑에서 일하는 일반 종업원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영창에 갇힌 자기 기업소 지배인이 죄수들이 먹는 콩밥을 먹지 않도록 안전부와 교섭해 밥을 나르는 한편 빨리 구류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처벌 사유가 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기관, 기업소의 책임 간부를 영창에 가두어 넣으면 해당 단위에서 어떻게 해서나 미흡했던 문제를 해결해내는 결과에 재미가 들었는지 쩍하면 기관 책임자들에게 영창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간부들에게 모욕을 주어 분발하게 하는 당국의 방식을 일반 주민들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최대비상방역체계가 시행된 이후 당국은 지금이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을 검증하는 시험 기간이라며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인 과제 집행을 강요하고 있다”며 “요즘은 마치 전시상태와 같은 긴장한 분위기여서 당국이 황당한 정책이나 지시를 내려도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