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여 년 간 북한에 결핵·말라리아 관련 지원을 해온 국제협력단체가 지원금의 일부를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 즉 세계기금은 각 국가에 배정된 지원금의 일부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기금 공보실은 24일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이 기구의 대북 지원자금 집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지원 대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기존에 승인된 총 지원금의 5% 수준까지 코로나19 대응 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 즉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보실은 이러한 새로운 지침에는 북한에 대한 지원금도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구가 이달 4일 발표한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은 구체적으로 전염병 대응준비 평가, 검체 진단, 검체 이송, 보건시설 방역, 공보 등의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또 자금 용도 전환은 이 기구의 사전 승인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코로나19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지원 요청이 들어온 이후 신속한 절차를 거쳐 근무일 기준 최대 5일 안으로 처리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기금의 피터 샌즈(Peter Sands) 집행국장은 이번 지침을 발표하면서 "에볼라 사태와 마찬가지로 세계기금은 코로나19 와의 싸움에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융통성 있는 접근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를 종식하는 구명(lifesaving)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되게 보장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가 우리의 경로를 이탈시킬 수 있다"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들은 면역체계에 이미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세계기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치료 및 핵심 의약품과 물자 공급망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이들 질병 치료에 대한 진전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이 기구는 각 국가들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준수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투명성 문제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던 세계기금은 지난해 9월 다시 지원재개를 승인해 미화 4천 17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개최된 화상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전 세계 결핵 환자들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우리가 코로나19의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에 맞서기 위해 함께 협력하면서 질병에 걸린 사람들과 약해진 면역체계가 얼마나 취약한 지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결핵으로 고통 받으며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결핵 위협을 종식하고 결핵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동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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