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동안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주민강연회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적은 나라라며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해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6일 "지난 3월 말, '원수님의 방침 관철을 위한 신형코로나 방역사업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는 제목의 주민대상 강연회가 열렸다"면서 "이날 강연에 나선 연사는 우리 내부에 신형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기관 기업소, 인민반별로 진행된 강연에서는 주민들이 신형코로나에 대한 당의 방역지침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인민경제에 심대한 저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면서 "모두가 떨쳐나 신형코로나피해를 막고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자가 되자고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회의장에 모인 주민들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강연자의 말에 한동안 술렁였다"면서 "코로나로 남조선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우리(북한)는 당의 철저한 비상방역대책으로 한 명의 피해자도 없다고 강변하던 당국이 무슨 이유로 강연제강에 확진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했는지 주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강연자는 '조선에는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의료보건제도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선전을 되풀이 했다"면서 "코로나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평양시와 황해남도, 함경북도 단 세 곳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함경북도와 황해남도는 우리나라 지도상에서 맨 윗쪽과 맨 아래 끝에 위치해있고 평양은 딱 그 중간지역인데 세 곳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나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비루스가 퍼졌다면 이미 전국에 확산되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5일 "중앙에서는 그동안 사회주의 우월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신형코로나 확진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선전을 되풀이 해왔다"면서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주민강연회를 통해 평양시, 황해남도, 함경북도 세 곳에서 코로나비루스 감염자(확진자)가 발생되었다고 밝히고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회에서는 또 우리는 사회주의 의료보건정책이 있어 전세계에서 코로나 의진(의학적 확진)자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한사람 같이 떨쳐나 살기 좋은 우리나라의 보건제도를 마련해 주신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하자며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주민들은 코로나사태로 생계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원수님(김정은)이 뭘 해준 게 있냐면서 반발하고 있다"면서 "당의 코로나방역지침을 주민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코로나 의진자가 발생되었다며 그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리는 당국을 맹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달 초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기침과 고열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일부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은 사망하기도 했다고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현지 취재협력자가 전했습니다.
앞서 2월에도 청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서둘러 화장하고 병원전체를 소독하는 등 방역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의 한 간부 소식통은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에 돌려주는 관례를 깨고 병원에서 자체 화장한 것은 이들이 전염성 강한 병으로 사망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이 주민강연회를 통해 수도 평양과 함경북도, 황해남도에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했다는 보도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17일 오후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