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백신 보도 안해…‘무능’ 질책 우려”

인도에서 생산한 코로나 백신이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세관에서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에서 생산한 코로나 백신이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세관에서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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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관영매체가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 백신 개발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백신 확보 등과 관련해 무능하단 질책을 피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4일 자국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개발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북한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매일 신문과 라디오, TV 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전달되지만 백신 소식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19일, 북한 관영매체 기사를 분석한 결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기사들 중 코로나19 백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와 관련해 "(해당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마 북한 당국은 자국 주민들이 안심하거나 희망을 가지기 원치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 북한 주민들이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 내 백신 관련 보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왜 우리는 백신을 맞지 못하는가" 등의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우리를 곤경에서 구해주러 온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심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If North Korea would report about the vaccines inside the country, one, it would raise questions about "why don't we have vaccines", and tw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coming to save our bacon." So that doesn't make the regime look responsive or capable.)

고스 국장은 북한이 우방인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개발한 백신 소식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해당 국가들에 신세를 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추정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Olivia Schieber) 외교 및 국방 정책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백신 도입이 북한 정권의 계획과 달라질 수 있어 북한이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즉 "북한 관영매체가 코로나19 백신의 존재를 발표한 후 공공보건 인프라, 즉 기반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백신 도입을 망치게 되면 그 실패의 책임이 정권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내 현 경제, 식량안보 등 문제를 고려하면 북한은 자국 내 문제들을 다루는 대신 다른 국가들의 실패와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구미에 맞을 것(palatable)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 170만 4천회 분을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Edwin Salvador) 평양사무소장은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당초 오는 5월까지(before May 2021) 북한에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지연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기구는 '코로나19 주간 상황보고서'(Covid-19 Weekly Situation Report: Week 14)를 통해 지난 8일 기준 북한 내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일까지 총 2만3천82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이달 2~8일 사이 705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103명은 독감 유사질환이나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