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코로나백신 WHO 승인여부 지켜볼 것”

0:00 / 0:00

앵커: 북한이 러시아산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 백신(왁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4일 러시아 제약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 백신과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푸트니크V는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반면,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이를 1회 접종용으로 간소화한 제품입니다.

미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외에도 여러 백신 도입 대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러시아산 백신 승인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은 백신에만 관심을 보여왔다"며 "스푸트니크 V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북한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러시아 개발자 측은 스푸트니크 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예방효과가 각각 91%와 85%라고 주장하지만, 두 백신 모두 아직 세계보건기구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재미한인의료협회(KAMA)의 박기범(Kee Park)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역시 지난달 27일 한미경제연구소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북한은 세계보건기구를 신뢰한다며, 이 기구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가 북한의 백신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북한은 보건 문제에 있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북한이) 만약 (아직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러시아 같은 곳에서 백신을 도입하고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접종한다면 놀랄 일입니다.

박기범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산 백신보다 세계보건기구의 긴급 사용을 승인받은 중국산 백신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앞서 지난달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시노팜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으며 이어 지난 1일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도 승인했습니다.

반면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산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덜 효과적이어도 집단 감염 및 사망을 막기 위해 북한이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는 백신을 도입한 후 (북한 내) 백신 분배에 대한 외부 통제가 거의 없다면 어떠한 백신이든 도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키스 루스(Keith Luse)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국장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백스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곳에서 백신을 공급받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백신 도입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선호와 내부 분배 문제가 백신 도입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코로나19 백신의 대북지원 자체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은 아니라며 다만 러시아가 단순히 백신 공급을 넘어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러시아가 북한 내부에서 백신을 배급하는데 관여하기 위해, 북한에 현지 직원을 파견해 이들을 관리하는 등의 이유로 북한에 자금을 송금하게 되는 경우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또 러시아산 백신과 같이 미국 외부에서 공급되는 백신에는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역시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제재는 의약품에 대한 수많은 면제를 포함하고 있어 보고 의무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부 국가나 단체에게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백신을 도입하고 이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해외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부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 RDIF) 측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4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