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코로나19 대북지원 물자, 북중 접경서 전달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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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지원하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방역물자가 북·중 접경지역에 도착하고 있지만 북한의 국경봉쇄로 전달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7일 한국의 연합뉴스는 한국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국제적 인도지원단체들이 지원하는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관련 방역물자 일부가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에 잇따라 도착하고 있지만, 북한의 국경봉쇄로 전달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개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 내역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1천 개의 적외선 체온계와 유전자 증폭 검사 장비 1대, 진단 시약 1만 세트를 보낼 예정이며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보안경 800개와 청진기 등을 지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도 유전자 증폭 검사 장비와 산소 공급 관련 물품, 안면보호대와 보안경, 작업복, 체온계 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반입 승인이 나오지 않아 아직 방역물자가 북한에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체계에 따라 외부물자의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 캐롤라인 하가 국제적십자사연맹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북한 보건성과 조선적십자회가 요청한 의료장비 등을 가능한 신속하게 지원하려던 계획이 전 세계적인 수요 급증과 북한 측의 물품 반입 제약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방역물자에 신형 코로나 진단 시약이 포함돼 있어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북한 내 상황을 일부라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여전히 내부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지키며 WHO, 즉 세계보건기구에도 1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이같이 보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17일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진자 발생 여부와 관련해 WHO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진자 발생 여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WHO 측에 통보하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신형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북한 내 확진자 수에 대해 밝혀온 입장을 유지한 것입니다.

조혜실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지난 13일):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매체에서 계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를 하고 있고, 또 확진자가 발생하면 WHO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발표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미 국방부 기자들과 가진 화상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공식 발표와 달리 북한 내 발병 사실을 상당한 수준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 군이 신형 코로나 여파로 약 30일 간 봉쇄됐다가 최근 훈련을 재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내 신형 코로나 발병 상황과 관련해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표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최 교수는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발병 초기 선제적으로 북중 국경을 차단하고 북한 내 외국인들의 이동을 봉쇄한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를 뚫고 확진자 발생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향후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의 신형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어도 북한은 자국 내 상황이 호전되기 전에는 교류를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북한 당국이 자위적 조치로서 취한 것이 북중 국경 차단이었고 신형 코로나 진단과 치료를 완전히 해낼 수 있을 때 차단을 풀겠다고 했으니 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이를 해제할 조짐은 전혀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비운 채 계속 동해안 일대에 머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 관련 동향을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