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현재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한두 달 안에 전체 주민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이 19일 긴급 개최한 ‘북한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국제적 협력방안’ 토론회.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 자리에서 현재와 같은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 한두 달 안에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 사례를 언급하면서, 당시 한국 내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없는 사람이 전체의 25% 정도였고 유증상자 가운데서도 발열 환자는 30%였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이 밝힌 발열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 감염자라고 봤을 때 실제 확진자 규모는 이보다 4~5배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북한 내 발열 환자들이 모두 코로나19 환자라고 한다면 실제 확진자 규모는 거의 1천만 명에 육박할 것입니다. 지금 같은 확산 속도라면 한 달, 길어도 두 달이면 전체 주민들이 한 번씩 걸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이날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발생한 북한 내 발열 환자 수는 20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실제로는 이 수치의 4~5배에 달해 현재 1천만 명이 감염됐을 수 있고, 지금 추세라면 한 달 안에 북한 전 인구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입니다.
현 시점에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습니다.
김 교수는 만일 북한이 봉쇄와 격폐를 주요 내용으로 한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전 주민이 감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3개월로 늦출 수 있고, 대북 백신 제공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에는 100~150가구마다 주치의 개념인 이른바 ‘호 담당 의사’가 있어 열흘 안에 전 주민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차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백신이 당장 공급되는 상황을 가정해도 접종 후 면역이 생길 때까지 시간이 걸려 사망자가 상당 수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차지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그럼 향후 한 달 안에 백신이 공급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당장 공급이 된다고 해도 북한 전 주민에게 접종되는데 걸리는 시간, 또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 환자 통계치에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 숫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김신곤 교수는 최근 북한 매체가 주민들에게 권고한 자가 치료 내용이 호흡기 감염 위주이고, 설사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체 유증상자의 40%는 상수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평양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북한 코로나19 사태로 내년까지 식량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감염병 때문에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모내기와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노동력과 영농 물자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고, 모내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5월 말에서 6월 사이에는 가을 수확기 전까지 식량이 될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날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당국의 발표를 보면 신규 ‘유열자’와 사망자 수가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북한 내부 상황과 통계 산출 방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호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발표한 자료 내용이 맞거나 틀렸다고 평가할 만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한국 측 실무접촉 제안에 나흘째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을 재촉하지 않고 호응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 나와 북한의 무응답이 지원에 대한 거절 의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아직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추경호 한국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코로나19 의약품과 관련해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용의는 언제든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며 “북한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원하든지 그 방식에 따라 전향적으로 지원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