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돌면 중국 내 탈북자 산속으로 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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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비루스)가 중국 전역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중국의 요녕성과 길림성.

겨울이 되면 강물이 얼어붙어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자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올 겨울은 강을 건너려는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중국에 이미 들어가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우한 폐렴’의 실태 점검을 위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중국 보건당국의 검열 때문입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주일 씨는 과거 중국에서 사스와 메르스 등 전염병이 돌았을 때 중국 당국의 검열 및 단속 때문에 탈북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김주일: 탈북민 같은 경우 중국 국적이 없고 신분이 없기 때문에 숨어 지내는 상황이었고, 주로 농촌에 많이 있었는데 농촌까지 방역 위생검열을 실시하다 보니까, 결국 위생검열은 경찰이 실시하는 신분단속 검열이 아니더라도 방역 때문에 걸리다 보면 신분도 노출되고 또 잡혀가는 수도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이 농촌지역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산으로 대피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 등 다른 나라는 전세기를 동원해 중국에 있는 자국민을 귀국조치 시키는 등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탈북자는 자국인 북한은 커녕 중국 당국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이동은 더욱 어렵습니다. 중국 단둥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평상시에도 신분증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지만, 이렇게 전염병이 창궐할 때는 불심검문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개인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중국 길림성은 ‘돌발공중위생사건 1급대응’ 조치를 개시했으며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연변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관내의 모든 박물관과 도서관, 영화관, 그리고 노래방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의 폐쇄를 지시했습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위생긴급판공실 발표에 따르면, 27일 현재 중국 내 30개 성에서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감염증 확진자는 총 2천840 여명이며, 사망자는 81명입니다.

연변주의 경우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26일까지 발열환자 17명에 대해 감염 검사를 벌인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와 확진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