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료 전문가 “당국 은폐가 상황 키워”

북한이 전국 각지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전국 각지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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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열악한 의료체계 아래서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정훈 교수
최정훈 교수 (/고려대 웹사이트)

특히 북한 당국이 질병 발생과 확산 상황을 국내외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현재의 태도를 바꿔야 더 큰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 청진의과대학 출신의 최정훈 한국 고려대 공공정책 연구교수가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최정훈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봐도 북한에 확진 환자가 있을 것이란 합리적 추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최정훈 교수] 전염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차단, 후대책(후방역)이거든요. 북한이 제일 먼저 했던 것은 북중 국경의 차단이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적인 상황이었고, 내부에서는 의심 환자,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격리조치를 취했는데, 격리돼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온 가족이 격리된 상황에서 격리 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이나 되는데, 먹고살기 위해서 도중에 나가는 거죠. 그래서 자가 격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거든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차단, 방역에 있어 격리가 가장 유효하고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데, 이것이 안 되다 보니 북한 내부에서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데 취약한 것이죠.

-교수님의 말씀대로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와 통제가 어려운데, 그렇다면 만약 확진 환자에 대한 치료 체계는 어떻습니까?

[최정훈 교수] 이번에 유엔 대북제재가 풀리면서 진단키트와 장비, 특히 RT-PCR이라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진하는 장비가 이번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대북제재 항목 때문에 못 들어갔는데, 북한에 이것이 없었다는 거죠. 이것이 없으면 바이러스를 어떻게 확인합니까. 북한이 북중 국경을 차단하고 항만, 공항 등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체계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확실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해결될 때까지 차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거든요. 틀린 말은 아닌데,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최근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건 안보지수에서 전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청진 의과대학을 졸업하셨는데, 당시에 북한의 보건 실태는 어땠습니까?

[최정훈 교수] 기본적으로 지금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전기, 수도, 식량 등 모든 것이 부족했거든요. 주민이 거주하는 집뿐 아니라 병원도 똑같아요. 한 예를 들자면, 2006~2007년 사이에 발생했던 홍역 사태 때 처음에는 성홍열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홍역으로 확인됐거든요.

당시 지방이나 그 산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평양에 있는 '중앙위생방역소'에서 홍역을 확진한 줄 알았습니다. 홍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 자체가 바뀌었잖아요. 성홍열에서 '홍역에 대한 투쟁 강화'라고 하니까 '이게 뭔가'란 의문이 들다가 중앙위생방역소의 임원진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사람이 조용히 말하기를 '지금 중앙위생방역소도 균 분리를 못 했다'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방침도 여러 번 내놓고, 보건성과 중앙위생방역소, 철도성 등도 계속 방침을 하달했는데, 그런 상황에도 북한이 바이러스 확진을 못 했다는 거예요. 그때 저도 알았습니다. 그냥 열악한 것이 아니라 아주 심각하다고 말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신다면요?

[최정훈 교수] 기본적이라고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념적인 문제,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인데 결국 둘 다 원인은 같은 것이죠. 다시 말하면 첫째, 북한 당국이 국방에만 편중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열악해졌다. 둘째, 예방의학 정책으로써 전염병을 근절하는 투쟁을 보건 의료인과 근로자들 스스로 대중운동으로 만들어 과도한 충성경쟁을 하다 보니 이런 전염병들이 은폐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코로나 19'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북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조금 전에도 은폐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북한이 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것은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을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의 보건 의료체계에서 투명성도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정훈 교수] 북한에서는 1년 내내 전염병이 끊긴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계속 유행하고 있고요.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는 계속 나오는데, 북한이 이를 은폐하고 있잖아요. 전염병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의 공개입니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예방의학 체계가 작동하려면 대중 스스로 운동이 돼야 하고, 주민 차원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것도 공개를 안 해요. 그러니까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이것을 알아야 북한 주민이 운동으로 만들어 움직이는데, 당국 차원에서 정보 공개를 안 하니까 예방의학 체계가 작동을 안 하는 겁니다.

또 내부 공개를 안 하니까 외부는 더 안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북한 주민이 전염병에 걸리는 피해가 일어나고, 건강이 위협을 받는데도 국제사회에 공개를 안 하다 보니 지원도 못 받고 있잖아요. 북한 주민의 안전보다는 체재의 이미지에 더 치중한다고 볼 수 있죠.

- 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