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무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 강영실 한국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에 게재한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기술적 대응'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 의심환자가 급증한 5월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연구위원이 입수한 북한 중앙비상방역지휘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은 함경남·북도와 강원도, 사리원, 신의주, 원산, 함흥, 청진, 회령 등입니다.
다만, 보고서에 지역별 정확한 사망자 수는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방역이 철저했던 평양과 개성 등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전국의 의심 증상자를 신속히 찾아내 격리 조치를 한 결과 열악한 상황에서도 누적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강 연구위원은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통계를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와 북한 관영매체 발표를 바탕으로 3월 누적 격리자가 2월의 2배, 5월에는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19 감염환자 수가 방역 초기 많았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신속한 조기 대응에도 5월 들어 의심환자 자가격리 수가 2만 여 명으로 늘면서 사망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주장입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특별 관리하는 수도 평양시와 산악지대로 인구 이동이 적은 자강도, 양강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7월 사이 자가 격리자 추이를 보면 함경북도가 약 1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함경남도와 강원도가 약 2,000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곧바로 국경을 폐쇄하고, 철저한 소독에 나서는 한편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방역 선전에 나섰지만 초기 물자 부족이 결국 의심환자 수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기본적인 보건용 마스크를 중국 조선족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소독물자 역시 부족해 평양을 비롯한 전국의 육아시설과 격리시설들이 마늘즙과 소금 등을 이용해 소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진단 검사시약 부족이 향후 감염자 검사에서 여전히 난관으로 예상된다며, 북한 당국이 올해 말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전국적인 봉쇄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또 실제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치료 역시 WHO가 권장하는 코로나19 치료용 약물사용이나 치료법보다는 전통적인 폐렴 치료 방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한인의료협회(KAMA)의 박기범(Kee Park)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역시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여전히 코로나19 진단 시약 부족으로 감기 증상과 비슷한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검진과 이를 위한 치료법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기술적으로 코로나19 치료 백신을 개발할 능력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백신 개발 경험이 많지 않아 외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북한이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상 북한 내부에서 백신 실험을 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만약 북한이 잠재적으로 백신을 개발했다고 합시다. 실제 백신이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3상 임상시험을 하려면 실제 코로나19 감염자에 이를 주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한다면 외국에 나가서 시험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박기범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북한의 주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조기 백신 치료와 보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 전역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서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28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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