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십자가나 영문 새겨진 의류판매자 단속

0:00 / 0:00

앵커: 요즘 북한당국이 영문글자나 십자가 무뉘가 들어있는 의류품을 한국에서 들어온 '괴뢰상품'으로 규정하고 강제회수(몰수)하는 한편 단속된 상인들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며칠 전부터 평성에서 느닷없이 개인이 운영하는 의류판매점들을 안전부에서 쓸고(집중단속) 있다"면서 "의류 상품 중에 영어 글자나 십자가가 새겨진 것이 나오면 밀수를 통해 한국에서 들어온 '괴뢰상품'으로 규정하고 강제 회수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법기관에서 갑자기 의류상품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요즘 도시 젊은이들 속에서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반팔샤쯔(셔츠)나 여자 얼굴이 옷 앞면에 크게 그려지고 영어 글자가 써 있는 옷들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미 청년동맹조직에서 사회주의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청년들 대상으로 통제를 해왔지만 자본주의 양식의 옷을 입고 다니는 청년들이 점점 더 늘어나자 사법기관에서 직접 외부에서 들어온 의류가 유통되는 원천지를 없앤다며 의류판매상들의 단속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에 평성시에서 단속에 걸린 다섯 명의 의류판매상인들은 평성 역전동과 양지동에서 의류 전문상점을 차려놓고 국내 의류뿐 아니라 수입산 의류를 주로 판매하던 상인들"이라면서 "의류상점을 단속한 안전부에서는 십자가가 새겨진 의류나 디자인이 특이한 의류들은 남조선 괴뢰들이 넘겨준 불순상품으로 중국 밀수를 통해 넘어온 것이라며 전부 회수하고 해당 상인들에게 벌금을 물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7일 "어제부터 평성에서는 아침부터 도 당 선전부의 방송차가 역전동부터 오리동지역을 순회하면서 남조선 옷들을 판매하다 단속된 상인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들의 '죄목'을 낱낱이 지적하고 비판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방송에서는 제 주머니를 불구는 데 눈이 어두운 자들이 백두의 정신으로 혁명적으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의식을 좀먹는 종교를 상징한 십자가가 새겨지거나 해괴망측한 그림들이 나붙은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반사회주의행동을 거리낌없이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방송차를 이용한 공개비판에서는 또 이런 옷들은 중국국경을 통해 남조선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이 넘겨준 중고 쓰레기 옷들이라고 역설하고 있다"면서 "싸구려 옷들을 비싸게 팔면서 제 주머니를 불구는 자들의 행위는 지금 사회주의제도를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책동을 도와주는 행위임을 똑똑이 명심하라며 주민들에게 엄포를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그러나 방송을 듣고 있던 주민들 속에서는 십자가 표시나 영어글자가 왜 적대세력을 상징하는지 모르겠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고난의 행군시기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을 때 유엔에서 지원해준 식량마대와 약봉지에도 영어글자와 십자가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하는 거냐며 방송내용을 조롱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