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먹고 살기 어려워진 북한주민들이 거주지와 직장을 이탈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이달 초부터 무직자, 직장 이탈자, 거주지 이탈자 등에 대한 일제조사와 함께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2일 "요즘 전국적으로 거주지를 이탈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거나 소속된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 조직의 통제 밖에 있는 대상들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집중 조사와 함께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중앙으로부터 각 공장, 기업소와 당 및 근로단체 조직들에 직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직업이 없이 거주지를 이탈해 떠돌아다니는 무직자, 직장 이탈자, 거주지 이탈자 등을 철저히 장악하고 통제할 데 대한 지시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공장, 기업소 일꾼들과 각급 조직 책임자들이 이유없이 출근하지 않거나 조직생활에서 누락되고 있는 대상들을 찾아다니며 출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장기간 공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거주지를 이탈해 떠돌아다니는 대상들에 대한 조사에는 담당안전원들이 동행하고 있다"며 "집은 물론 가족과 가까운 친척, 심지어 지인들까지 찾아다니며 이들의 행방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각 지역 안전부(경찰)도 기관 기업소 종업원의 출퇴근에 대한 장악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각 기관 기업소들이 하루에 한번 분주소(파출소)에 종업원들의 출근 상황을 보고하면 되었으나 요즘엔 하루에 2번 오전과 오후에 보고해야 한다"면서 "위에서 내부 지시가 있었는지 무직자, 무단결근자들을 단속하게 되면 봐주지 않고 가차없이 노동단련대로 보낸다"고 언급했습니다. 노동단련대로 보내지면 보통 보름에서 최대 6개월까지, 특별한 경우 1년 이상 머물게 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몇 달씩 출근하지 않던 사람들이 공장에 나타났지만 하루이틀 지나 단속의 눈이 사라지면 다시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당장 먹을 쌀이 없거나 하루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이들에게 직장 출근이나 조직생활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쌀값을 비롯한 물가 상승으로 생계가 어려워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주민들이 살던 집을 팔고 한지에 나앉거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현상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은 사람이 당장 굶어 죽게 됐는데도 구제해주기는커녕 단속만 강화한다며 노골적으로 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인민반장 소식통도 "얼마전 도당위원회에서 각 지역 동사무소들에 직업이 없이 건달을 피우는 무직자, 거주등록은 돼있으나 거주지에 살지 않는 거주지 이탈자, 인민반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보장자(장애인 등), 장사나 생계 활동을 하느라 봄철부터 장기간(6개월 이상) 학교 수업에 빠진 학생들을 장악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는 조직적 통제 밖에 있는 대상들에 대한 장악과 통제를 철저히 할데 대한 당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오랜 인민반장 경험으로 볼 때 사회보장자나 장기간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장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는 정말 오랜만에 받아본다"면서 "관내에 있는 무직자, 거주지 이탈자, 사회보장자 등은 안전부나 분주소에서 이미 다 장악(파악)하고 있음에도 2중으로 동사무소에서도 장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미등교생을 통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 일부 가정들에서는 일부 가정들에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야할 자녀들이 생활상 어려움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녀맹조직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가두여성(가정주부)들과 달리 사회보장자는 대체로 남자들로 동사무소나 동 초급당이 관리하게 되어 있지만 이들에 대한 통제는 매우 느슨하다"면서 "장기간 등교하지 않고 생계에 종사하는 미등교생들도 사실상 조직의 통제를 받지 않는 대상에 속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생계가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1990년대 중반에 겪었던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고 있다"면서 "이전부터 무직자, 직장 이탈자, 거주지 이탈자 등은 항상 당의 골칫거리였는데 지금의 엄중한 코로나시국에 조직적 통제 밖에 있는 이들이 국경지역이나 다른 곳으로 떠돌면서 코로나비루스를 옮길 가능성을 무척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020년 10월 8일 북한당국이 거주지를 무단 이탈해 다른 지역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 있는 협동농장 농민들이 늘어나자 이들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고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의 협동농장 농장원들은 농장에서 분배하는 식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해지자 소속 농장을 이탈해 광산 등 다른 생업에 종사함으로써 생계를 해결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