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압록강 너머 북한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해 보였습니다. 압록강에서 뗏목의 노를 젓는 북한 유벌공(벌목공)의 뼈만 앙상한 모습, 빨래하는 여인들의 모습, 화물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RFA 손혜민 기자는 지난 주 북-중 접경지역 일대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저희 RFA는 손 기자의 현장취재 기사를 3회에 걸쳐 보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신종 외화벌이업종-나이트클럽>편을 전해드립니다.
-외화벌이 내몰린 ‘평양관’나이트 아가씨, ‘노래 신청하시라요’
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 연길시 중심가에 자리잡은 평양류경호텔 건물입니다. 호텔에는 숙박시설과 함께 평양냉면 등 전통음식을 파는 류경식당이 있는데요. 이 호텔은 본래 당자금을 마련하는 39호실 산하 락원지도총국 소속이었지만, 이후 류경지도총국, 대외봉사총국으로 소속이 바뀌었습니다.
대북 소식통 : "이 호텔은 처음에 락원지도총국이 가지고 있다가 류경지도국으로 바뀌고... 류경호텔은 북-중합작이에요. 건물주는 중국이고 운영만 북한이 하고..."
그런데 북중합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류경호텔 지하에 얼마 전 ‘평양관 나이트’가 들어섰습니다. 올해 초 개업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나이트는 새벽까지 술과 음료를 판매하고 노래와 춤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20대 평양 출신 젊은 여성종업원들이 고객들에게 술도 따라주고 신청곡을 받아 불러주기도 합니다.
대북 소식통 : "(북조선은) 돈 버는 일이라면 못할 게 없어요... 돈만 벌어라 이거니까요..."
평양 아가씨들은 한국인 손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봉사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고객이 노래를 한 곡 신청하면서 100위안을 지불하면 여성종업원이 노래도 불러주고, 고객이 직접 무대에서 노래를 한 곡 부르려면 역시100위안을 지불해야 합니다. 북한 여성에게 현금으로 팁을 주는 것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단, 꽃바구니 하나를 종업원에게 줄 때마다 100위안화가 고객 술값에 가산됩니다. 손님들이 여성 종업원에게 주는 팁마저 빼앗아가는 북한 식 나이트 클럽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류경식당 종업원들, 노래하고 춤추고 서빙 등 일인 다역
류경호텔 1층에 자리잡은 류경식당. 들어가는 입구에 ‘평양김치 판매’, ‘점심 우대봉 사’라는 광고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외화벌이 계획에 얼마나 고심하면서 종업원들에 압박을 가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금 전까지 음식을 서빙하던 젊은 여성들이 순식간에 의상을 갈아입고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김일성화’ ‘김정일화’를 배경으로 남한의 신상옥 영화감독이 북한에서 각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사랑사랑 내사랑’ 주제가 등 다양한 노래와 춤을 선보였습니다.
무대 왼쪽에 나붙은 50위안의 가격표가 달린 꽃다발 표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래하는 북한 여성종업원에게 50-100위안의 꽃다발을 구매해 안겨줄 때마다 여성들과 사진촬영이 허용된다고 식당종업원이 말해주었습니다. 젊은 여성들을 상품으로 내세워 외화벌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하고도 외화벌이에 내몰려 노래와 춤, 억지 웃음으로 술과 음식을 파는 북한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 왠지 서글퍼 보였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랄하고 보람있는 삶을 즐기는 한국의 여성들처럼 북한 여성들이 속박과 통제에서 벗어나는 날이 언제일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