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욕 탈북자 사업가 “평양순대 팔아 탈북자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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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각국의 음식을 거의 빠짐없이 맛 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미국의 대도시 뉴욕, 뉴저지. 이 같은 대규모 미국의 요식업계에서 유독 북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한 군데도 없는데요. 그러나 평양 출신의 탈북자가 평양 순대로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의 보도입니다.

탈북자 출신의 젊은 사업가 다니엘 최(한국명 최효성)씨가 판매하는 평양 순대가 미국 동부지역에서 한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천200 파운드, 약 544 킬로그램의 순대를 만들고 있고,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 한 7군데 마트와 식당들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다른 지역에 한인 축제 같은 행사가 있을 때에는 일주일에 많게는 2천 파운드의 순대를 만들기도 해요.

평양 순대는 최씨가 부모님과 함께 하는 가족 사업으로 매니저 즉 관리자 직책을 단 최씨는 공장에서 순대 생산부터, 업체들에 납품하고 마트에서 손님들한테 직접 썰어 판매하는 일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최씨가 매주 손님들을 만나는 공간인 뉴저지 대형 한인 수퍼마켓 '한남체인' 먹거리 코너는 주말 저녁 시간대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손님(한 말지나): 이 순대를 먹어보면 우리 손녀딸들이 다른 집 것은 안 먹어도 여기서 산 순대는 먹어요. 엄마 것 좀 남기지 다 먹으면 어떡하냐고 하면,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어저께도 왔다 가고, 그제도 왔는데 순대가 없어서 지금 사러 왔어요.

손님들은 일부로 평양 순대를 먹기 위해 한 두 시간 장거리 운전을 해서 오기도 하고, 암 치료 중 입맛이 없는데 유독 평양 순대만 입에 맞아 찾는 경우, 순대를 좋아한다는 자녀와 손주들 때문에 오기도 합니다.

최씨: 단골로 찾으시는 분들은 너무너무 많고요. 오시는 분들은 거의 매주 일 주일이나 이 주일에 한번씩은 꼭 오시는 분들이에요.

단골 손님 중에는 외국인도 제법 됩니다.

최씨: 저희가 일주일에 4일만 장사를 해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한 500명에서 600명 정도의 손님들이 오시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 약 5%이면 20-30명 정도의 외국인 손님이 오구요. 그 중에서 러시아 손님이 50% 정도 돼. 이 외 남미 사람들 에콰도르나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좋아하고요. 베트남 사람들과 필리핀 사람들, 거의 한국 사람들만큼 좋아하세요.

가족 사업이 자리잡기까지 순탄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2년 14세의 나이에 북한을 탈출한 이후 얼마간 겪었던 경제적, 정신적 아픔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최씨: 처음 한국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고 이후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 입학해서 9학년까지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때 영어를 많이 배운 거고. 그 와중에 아버지가 북한에서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여러 다른 정보통을 통해 듣게 됐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때 당시에는 충격이 아주 컸어요. 2002년 탈북해 아버지 소식을 들은 것이 2006년이었는데 이 4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다 보니까 정체성, 인생관에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고 우울증, 조울증이 겹쳐 공부에 대한 관심도가 확 떨어지고 '내가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중퇴를 했어요.

최씨는 시간을 쪼개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습니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미처 마치지 못한 학업을 마무리 짓고, 오랫동안 품어 온 신학 대학 입학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새삼 공부가 재미있다고 털어놓습니다.

최씨: 요즘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요. 영어 공부를. 예전에는 그냥 학교에 가서 억지로 해야 하는 그런 마음이었는데 요즘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여러 가지 얘기하는 것이 너무너무 즐거워요. 너무 재미있어요 공부하는 게. 기회가 되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신학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다시 생기네요. 분명히 북한이 꼭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특별히 저는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예수님의 은혜를 받게 되었지만, 그런 것들을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요.

탈북 후 복음의 은혜, 자유를 빚진 자로서 언젠가 북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최씨는 순대 사업 수익의 일부를 탈북자 구출에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최씨 가족은 이 사업을 통해 지난 10여년 간 매년 10명 정도의 탈북자를 자유의 땅으로 안내해 왔습니다.

최씨: 북한에서 중국으로 도망쳤거나 또는 타국에서 도망치다가 예를 들면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혔을 때 중국 같은 경우 돈을 주면 빼내올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아요. 그럴 때 경비로 많이 사용하구요. 저희들이 받은 대로 돌려드려야지요. 저희가 이것(사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거나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막내를 얻은 세 자녀의 아버지로서 시간 나는 틈틈이 산으로, 바다로 가족만의 시간을 가지려 애씁니다. 또 신학을 공부하는 아내가 석사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는 든든한 배우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